4·15총선에서 당선된 21대 국회의원 가운데 선거 당시에 재산의 상당액을 누락 신고한 사례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셋째 아들인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총선 당시 재산을 58억 원으로 신고했지만 아파트 분양권과 상가 지분 등 재산 일부를 누락했다. 재산 형성 과정도 석연치 않은 데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문제점이 나오니 ‘아내 탓’ 같은 해명이 곧이곧대로 들리지 않는 것이다.
비례대표인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총선 당시 재산을 18억5000만 원이라고 했다가 지난달에는 30억여 원이라고 신고한 뒤 단순 실수라고 해명했다. 그 밖에도 재산신고액이 급변한 의원이 한둘이 아니다. 비례대표인 민주당 이수진 의원은 6억 원가량이, 무소속 양정숙 의원은 17억여 원이 각각 늘어났다. 대부분 부모 재산 포함 등에 따른 실수라고 변명하는데, 철저히 조사하면 얼마나 더 많은 누락 사례가 나올지 모를 일이다.
국회의원 출마자나 당선자의 재산을 공개하는 것은 선출직이라 하더라도 공직자로서 높은 도덕성과 투명성을 요구받기 때문이다. 국민의 대표로 일할 자격이 있는지 따져보고 임기 중 부정한 재산 증식을 막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인사청문회를 통해 재산 형성 과정까지 조목조목 따져보는 행정부와 사법부의 고위직들과 달리 입법부는 의원 본인의 신고 말고는 별도의 엄격하고 정밀한 검증 절차가 없다. 인사청문회에서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기준을 들이밀면서 자신들에겐 관대한 국회의원의 행태는 이율배반이 아닐 수 없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국회의원 후보자가 제출한 재산 내역을 공개했다가 선거가 끝나면 비공개로 전환한다. 검증 절차 자체가 없으니 그 틈으로 사각지대가 생기는 것이다. 공직선거 후보자들의 재산 내역 검증을 강화하는 장치를 마련해 허위 신고가 되풀이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국회 공직자윤리위가 전수조사를 하거나 검증기구를 만들어 상시 관리하는 특단의 조치가 없다면 입법부의 신뢰를 되찾을 길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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