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추경 정부안에 포함된 통신비 지급에 대한 논란이 거듭되고 있다. 여야 간 이견 차가 커 국회 심의 과정에서 충돌이 예상되며 여당 내에서도 반대론이 나오고 있다. 추경 처리가 지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통신비 지원 파문은 총리실과 기획재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여당이 밀어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면 활동으로 통신비가 많이 증가했을 것이므로 이를 경감해주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하지만 명분이 옹색하다. 올해 2분기 가구당 통신비가 올해 1분기에 비해서는 조금 늘었지만 작년 2분기에 비해서는 오히려 줄었다.
재난지원 선정기준 등 구체적인 방안들이 하나둘 공개되면서 온갖 불만의 목소리도 높다. 지원 대상에서 빠진 이들은 평소에 세금 내고, 코로나19로 힘들어지기는 마찬가지라며 형평성 논란을 제기하고 있다. 충분히 제기될 수 있는 불만이고 피해맞춤형 지원 원칙을 세웠을 때부터 피해가기 힘든 부분이기도 하다. 선정기준과 방법을 더 정교화하면서 형평성과 불공정성을 최대한 줄여나가며 대처해야 한다.
하지만 통신비 지원류의 논란은 전혀 차원이 다르다. 긴급과도 거리가 멀고 재난지원도 아닌 이런 선심성 현금 살포는 여권이 ‘정치의 함정’에 빠진 데서 비롯된 악수(惡手)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작은 성의이자 위로”라고 했지만 관련 예산이 9300억 원으로 이번 추경 7조8000억 원의 12%나 된다. 추경 예산은 모두 나중에 갚아야 할 국민의 빚이다. 아직 코로나 극복을 위해 갈 길이 멀고, 정말 긴급하게 집중 지원돼야 할 용처도 많다. 이번 통신비 지급 논란은 목전의 인기몰이만을 염두에 둔 정치가 어떻게 정책을 왜곡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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