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절엔 말이야∼”[이재국의 우당탕탕]〈43〉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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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국 방송작가 겸 콘텐츠 기획자
이재국 방송작가 겸 콘텐츠 기획자
올해 6학년이 된 딸아이는 두 가지 설렘을 갖고 있었다. 첫 번째는 수학여행. 엄마 아빠 품을 떠나 같은 반 친구들과 1박 2일로 여행을 간다는 생각에 정말 기대가 컸다. 또 하나는 졸업앨범 사진 찍기다. 요즘 아이들의 졸업 앨범은 포즈도 다양하고, 보는 재미가 있어 나도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19 때문에 1박 2일 수학여행은 취소됐고, 당일 여행으로 다시 추진됐으나 학부모 투표 결과 당일 여행도 취소됐다. 초등학교 6년 생활 중 가장 기대한 수학여행이었는데 옆에서 보는 나도 안타까웠다.

그런데 며칠 전 거실에서 ‘까르르’ 웃는 소리가 들려 나와 보니 딸아이는 글씨가 적힌 스케치북을 한 장 들고 포즈를 잡고 있고 아내가 사진을 찍어 주고 있었다. “뭐 해?” “졸업앨범 사진 찍어!” 코로나19로 학생들 각자 집에서 찍은 사진으로 졸업 앨범을 재구성할 거라고 했다. 졸업 앨범이 없는 것보다는 낫지만 친구들과 재밌게 단체 사진도 찍고, 예쁘게 나오고 싶어 한껏 꾸미는 그 설레는 시간을 빼앗긴 것 같아 아쉬웠다.

며칠 전에는 방에서 노래하는 소리가 들려 무슨 일인가 했더니, 음악 가창 시험을 보는 중이라고 했다. 선생님께서 학생 각자에게 전화를 하면 학생들은 수화기에 대고 노래를 부르고 선생님은 그 노래를 듣고 채점을 하신다고 했다. “그럼 체육은 어떻게 해?” “선생님이 운동 영상 올려주시면 그거 보면서 홈트레이닝으로 하는데! 왜?” 온라인 수업으로 학교에 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체육 수업을 하고 음악 수업을 한다는 건 선생님이나 학생이나 참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도 넋 놓고 기다리는 게 아니라 새로운 방법으로 졸업 앨범을 만들고, 새로운 방법으로 수업을 하는 모습에서 왠지 모를 뿌듯함이 느껴졌다. 포기한 게 아니라 적응한 거니까.

‘코로나 시대’는 언제 끝날지 모른다. 결혼식을 앞둔 사람들은 처음에는 결혼식을 6개월 뒤로 연기했지만 요즘은 온라인으로 생중계하며 더 많은 사람에게서 축하를 받고 있고, 다른 방식으로 결혼의 행복을 찾고 있다. 공연장에서 공연을 하지 못하는 가수들은 온라인 팬미팅과 콘서트로 좀 더 진화한 형태로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지난 주말 우리 회사에서도 한 유명 가수의 온라인 팬미팅을 진행했는데 유료로 진행했음에도 3000명이 넘는 팬들이 함께 댓글로 소통했다. ‘떼창’은 못 했지만 가수가 내 댓글을 읽어주기도 해 어쩌면 현장에서 보는 것보다 더 가까이에서 팬미팅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벌초가 한창이다.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집안의 소수 인원만 모여서 진행하기로 했다. 타지 생활을 하는 나는 벌초 멤버에서 제외됐는데, 벌초가 끝나고 형에게서 영상통화가 걸려 왔다. 벌초를 깨끗이 끝낸 묘가 눈에 들어왔다. “벌초 잘했으니 걱정하지 마.” 그야말로 ‘벌초 라이브’였다. 아마도 코로나 세대에게는 ‘나 때는 말이야’가 아니라 ‘코(로나) 때는 말이야’라는 말이 더 자연스러울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말을 많이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적응하고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한다. 우리는 인간이니까.
 
이재국 방송작가 겸 콘텐츠 기획자


#코로나19#코로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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