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관들이 평균적으로 진보 쪽으로 가장 기울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서울대 한규섭 교수 연구팀이 2005년 9월부터 2020년 9월까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문 274건을 분석한 결과 문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관들의 평균값은 ―0.347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관들의 평균값 ―0.147보다도 훨씬 높았다. 마이너스로 갈수록 진보성향이 강함을 의미하고 플러스로 갈수록 보수성향이 강함을 의미한다.
판결 성향 분석 결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장 출신인 김선수 대법관, 우리법연구회 출신인 박정화 노정희 대법관,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인 김상환 대법관, 젠더법연구회 출신인 민유숙 대법관은 전원합의체 판결 10건 중 7건에서 같은 의견을 냈다. 김명수 대법원의 ‘신(新)독수리 5남매’로 불릴 만하다. 이번 조사에서는 빠졌지만 이달 8일부터 임기를 시작한 이흥구 대법관도 진보성향이다. 전원합의체는 대법원장과 12명의 대법관이 참여해 다수결로 결론을 낸다. 이들 6명 쪽에 김 대법원장이 서면 언제든지 진보 쪽에 유리한 판결을 내릴 수 있는 구성이 완료됐다.
김명수 대법원이 진보로 크게 기울어진 것은 김 대법원장의 편향적 임명제청권 행사와 무관치 않다. 김 대법원장은 취임 이후 8명의 대법관을 임명제청했는데 신독수리 5남매 중 박정화 대법관을 뺀 나머지 4명과 이흥구 대법관이 포함된다. 이들을 빼면 박상옥 이기택 김재형 안철상 이동원 노태악 대법관이 남는데 대체로 진보와 보수를 오가는 중도 성향이어서 진보로 확실히 기운 판에서는 균형추 역할을 못 한다. 내년 5월과 9월에 퇴임하는 박상옥 이기택 대법관의 후임까지 문 대통령이 임명하기 때문에 대법원의 성향은 더 기울 것으로 전망된다.
노 전 대통령만 해도 이번 조사에서 진보 성향 톱5 중 4명과 보수 성향 톱3로 꼽힌 인물을 대법관으로 임명할 정도의 균형감을 유지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김 대법원장이 임명제청하려던 후보까지 바꿔가면서 더 확실한 자기편으로 임명을 강행했다. 그 결과 대법원 판결에 대해 ‘집권당 정치인을 노골적으로 봐줬다’ ‘사법부가 사실상 입법까지 하는 월권을 자행한다’는 등 이전에 보지 못한 격렬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회는 선거로 뽑힌 국회의원으로 구성되고 정부는 선거로 뽑힌 대통령을 정점으로 돌아가지만 사법부는 그렇지 않다. 사법부만은 사회적 갈등을 정파성에 휘둘리지 않고 공정하게 다루는 최종적 해결처가 돼야 국회와 정부의 주도세력이 아무리 바뀌어도 민주국가는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 대법원의 권위는 대통령의 임명에서 자동적으로 나오는 것도 아니고 숫자로 밀어붙인 판결에서 나오는 것도 아니다. 그 권위는 오로지 국민의 신뢰에서 나온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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