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떠오르는 선수는 2017년 스페인 FC 바르셀로나(바르사)에서 프랑스의 파리 생제르맹(PSG)으로 옮긴 네이마르(28)다. PSG는 네이마르를 위해 2억2200만 유로(약 3005억 원)의 이적료를 지불했는데, 이는 지금까지 축구 역사상 가장 비싼 이적료로 남아있다.
하지만 네이마르 이전에도 ‘기록 파괴자’는 있었다. 이적 전문 사이트 ‘트란스퍼마르크트’의 기록에 따르면 21세기가 시작된 2000년 이후로 7명이 역대 최고 이적료 기록을 경신했다. 가장 먼저 2000년 7월 11일 에르난 크레스포(45)가 이탈리아 세리에A AC 파르마에서 라치오로 옮기면서 당시 역대 최고액이었던 5681만 유로(약 800억 원)의 이적료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는 약 2주 뒤인 7월 24일 루이스 피구(48)에 의해 깨졌다. 2002 한일 월드컵에서 포르투갈 국가대표로 한국과 맞붙어 국내 팬들에게도 잘 알려졌던 피구는 당시 바르사에서 레알 마드리드(레알)로 옮기면서 6000만 유로(약 819억 원)의 이적료를 발생시켰다. 피구의 이적은 바르사의 간판스타였던 그가 극한의 라이벌 레알로 옮겼다는 점에서 충격과 함께 논란을 일으켰다. 역사적 지리적 문화적 배경 속에서 뿌리 깊은 경쟁의식을 지닌 두 팀은 지금까지 지구상 최고의 축구 라이벌로 꼽힌다. 이런 관계에 있던 두 팀 사이에서 간판선수를 빼가는 것은 쉽게 상상할 수 없었다. 분노한 바르사 팬들은 피구의 사진을 불태우고 경기장에서 피구에게 돼지머리와 벽돌 술병을 던졌다. 그의 이적은 이후 스페인 팀들 내에서 간판스타들을 지키기 위한 최소 이적료 조항인 바이아웃 금액을 폭등시키는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리오넬 메시(33)가 바르사에서 떠나려다가 약 1조 원에 달하는 바이아웃 금액 때문에 주저앉은 것도 멀리 보면 이 사건과 관련이 있다. 이런 점에서 피구의 이적은 최근 20여 년 동안 가장 시끄러웠던 이적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피구의 이적료 기록 이후 2001년 지네딘 지단(48·레알·7750만 유로), 2009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5·레알·9400만 유로), 2013년 개러스 베일(31·레알·1억100만 유로), 2016년 폴 포그바(27·맨체스터 유나이티드·1억500만 유로·이상 당시 이적팀), 2017년 네이마르가 역대 최고 이적료를 경신했다.
이 중 최근 한국 팬들에게 화제가 되고 있는 인물은 베일이다. 그는 현 손흥민(28)의 소속팀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에서 레알로 옮기면서 사상 최초로 이적료 1억 유로(약 1336억 원) 시대를 열었다. 피구의 이적이 논란의 대표 격이라면 베일의 이적은 초고액 이적료 시대의 새 문을 연 이정표 격이다. 그런 그가 레알에서 토트넘으로 7년 만에 돌아온다. 비록 1년 임대 형식이지만 손흥민과 함께 호흡을 맞춘다.
하지만 베일의 복귀가 마냥 장밋빛 꿈을 주고 있지는 않다. 그의 복귀 배경 때문이다. 베일은 한때 압도적인 경기력을 과시했지만 잦은 부상에 시달리며 점차 쇠퇴했다. 그의 장점이었던 스피드는 전성기 때 비해 다소 감소했다. 지단 감독 부임 후 주전으로 기용되지 못한 그는 점점 설자리를 잃었다. 한때는 중국 진출설도 돌았다. 레알은 베일을 팔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몸값이 너무 비싸 팔지 못했다는 관측이 많다. 그가 완전 이적이 아닌 임대로 토트넘에 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그가 다시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토트넘에서의 1년 동안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 레알에서 잦은 태업 논란을 일으켰던 그도 이제는 최선을 다해야만 하는 이유다.
손흥민은 토트넘에 입단하면서부터 팀 선배였던 베일과 닮았다는 평을 자주 들었다. 두 선수 모두 스피드를 활용한 돌파에 능하고 측면 공격에 강한 데다 체격도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랬던 손흥민은 이제 진짜 베일과 호흡을 맞추게 됐다. 손흥민으로서는 한때 세계 최고액 선수로 평가받았던 베일과의 비교 및 경쟁을 통해 자신에 대한 평가를 더욱 높이고 뛰어오르는, 베일로서는 상승세인 손흥민과의 시너지 효과를 통해 자신의 가치를 재입증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두 선수의 협업과 경쟁은 도약과 부활의 의미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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