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시행된 지 두 달이 되어간다. 전월세 시장에서 집주인과 세입자 사이 분쟁이 급증했다. 전세 시장의 오랜 계약 관행을 바꾸는 일인 만큼 어쩔 수 없던 측면이 있다. 문제는 상황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데 있다.
집주인과 세입자가 협의해서 풀 수 있으면 좋겠지만, 돈이 걸린 문제라 쉽지 않다. 법정까지 가서 다투는 방법도 있지만 임대차 시장의 갈등을 중재하는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조정위원회)의 조정을 거칠 수도 있다.
최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시행된 후 첫 분쟁 조정이 이뤄져 눈길을 끈다. 서울 강남권의 대표 단지인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와 강남구 ‘은마아파트’였다. 아크로리버파크에서는 집주인과 세입자가 7월 20일까지였던 전세 계약을 8월 말로 연장하고 9월부터는 전세를 월세(보증금 1억 원, 월 임대료 400만 원)로 전환하기로 이미 합의한 상태였다. 그러나 임대차법 시행 후 세입자가 마음을 바꿨다. 세입자는 계약갱신청구권을 통해 “전세로 2년 더 살겠다”고 맞섰고 집주인은 기존 합의대로 하자고 했다.
조정위는 세입자 손을 들어줬다. 다만 세입자와 집주인의 합의에 따라 보증금 12억8000만 원의 기존 전세 계약을 월세로 전환했다. 계약 금액은 보증금 7억5000만 원에 월세 180만 원이었다. 은마아파트 조정은 올해 11월까지인 전세 계약 기간을 내년 6월까지로 연장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양측 합의는 이미 이뤄진 상태였지만, 세입자는 중간에 계약 내용을 변경할 수 없도록 확실한 조치를 원했다.
집주인은 세입자에게 ‘내년 6월 이후 반드시 나가달라’고 요청했고 세입자는 중간에 실거주를 이유로 내쫓지 않는다는 보장을 받고 싶었다. 조정위원회는 당사자 간의 합의를 명백히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강제집행’을 진행하기로 했다.
공무원이 책상 앞에 앉아서는 생각지 못하는 이런 사례들은 현장에서 벌어지는 갈등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새 임대차법이 시행된 7월 31일부터 이달 18일까지 전월세 분쟁조정위원회 운영기관인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들어온 상담 건수는 1만4830건. 지난해 같은 기간(8614건)보다 2배 가까이로 늘었다.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큰 틀의 원칙만 법에 명시해 허점이 많다. 올해 1∼8월 조정위원회에 들어온 분쟁 조정 중 실제 조정이 성립된 건 15.9%에 그친다. 현재 조정위에서 다룬 다양한 분쟁 및 조정 사례는 2018년에 책자로 발간되고는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가 정책을 급하게 도입하면서 초기에 혼란이 많았다. 그 혼란이 실제 국민들의 계약 관계에서는 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기 마련이다. 정부가 임차인과 임대인을 갈등의 장으로 내몬다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에서 갈등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이런 분쟁 및 조정 사례를 널리 알리는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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