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의 극지 쇄빙연구선 아라온호가 11번째 북극 항해를 마치고 이달 14일 귀국했다. 아라온호 연구원들에 따르면 8월 초 북극해의 태평양 방향 입구인 축지해의 해빙이 육안으로도 확인될 정도로 거의 녹아 버렸다고 한다. 이는 인공위성으로도 확인된다. 이렇듯 올 7월 북극 해빙 면적은 인공위성 관측이 시작된 이후 가장 작은 규모를 나타냈다.
사실 이런 현상은 전 지구적으로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다. 영국의 리즈대와 애든버러대 등이 공동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1994년부터 2017년까지 23년 동안 기후변화로 인해 양극 지방과 그린란드, 안데스 산맥, 히말라야 산맥 등에서 사라진 얼음의 양은 28조 t에 이른다.
많은 얼음이 녹았을 때 해수면이 상승해 발생하는 문제부터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이는 북극 해빙이 녹아 발생하는 수많은 문제 중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일반적으로 얼음은 태양 빛을 반사시켜 지구의 기온을 조절하고 대기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하며 지구 온도를 조절한다. 얼음이 사라지면 자연스레 바다와 토양이 노출되는데 이들은 얼음보다 더 많은 열을 흡수한다. 따라서 지구 표면의 얼음 면적이 줄어들면 줄어들수록 지구가 스스로 온도를 조절하는 능력도 함께 줄어들어 지구온난화가 가속되고 이는 다시 얼음 면적을 줄이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문제는 지금까지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해온 극지방의 빙하 축소 문제가 우리나라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미 기상학자들은 올여름 전 국민을 우울하게 만들었던 긴 장마가 북극 빙하가 줄어든 영향으로 발생한 기상 이변이라고 분석했다. 북극의 찬 공기가 한반도가 위치한 중위도까지 내려오는 것을 막고 북극 주변을 원형처럼 돌게 하는 것이 제트기류다. 그런데 북극의 기온이 올라갈수록 중위도 지역과의 기온차가 줄며 제트기류가 약해진다. 제트기류가 약해지면 길고 길었던 올해 장마처럼 한곳에 차가운 공기나 뜨거운 공기가 오래 머무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기상학자들은 북극 빙하가 줄어들어 발생한 기상 이변은 꼭 긴 장마의 형태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미세먼지나 역대급 폭염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미래는 더 어둡다. 영국 남극자연환경연구소가 지난달 과학저널 ‘네이처 기후변화’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북극 빙하는 불과 15년 안에 다 녹아버릴 수 있다. 이럴 경우 우리는 이상기후가 일상화된 시대에서 살아야 할지 모른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해수면 상승과 같이 단순히 얼음이 녹아내리는 현상에서 발생하는 단편적 사태에 대한 대응만이 아니라 그로 인해 파생되는 다양한 영향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는 것이다. 우선 일상에서 불필요한 전기 사용 줄이기 등을 실천하며 생활화해야 한다. 이를 서두르지 않으면 우리가 사는 이 지구가 미래에는 이상기후로 점철돼 후손들이 지금보다 더 큰 고통을 받으며 살아야 할지 모른다. 우리는 이 지구와 운명 공동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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