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무총리가 어제 대국민담화를 통해 일부 보수단체가 계획하고 있는 10월 3일 개천절 도심 차량시위에 대해 절대 불가 방침을 밝혔다. 이미 김창룡 경찰청장은 3중 검문소를 설치해 도심 진입을 차단하고 집회 참가자의 운전면허 취소·정지까지 하겠다며 원천봉쇄 입장을 밝힌 상태다.
코로나19 사태가 여전히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감염경로가 불투명한 새로운 감염원이 될 가능성이 있는 집회 개최는 자제해야 마땅하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인해 수많은 서민들과 자영업자들이 생계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고통을 분담하고 있는 상황인 데다 도심 집회 강행 주장이 큰 호응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일부 극단적 성향의 단체가 8·15 광복절 집회 현장에서 방역수칙을 어겼다는 점에서 비슷한 일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강경 일변도의 대책만 내놓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헌법에 보장된 권리다. 이를 대전제로 삼으면서 집회를 열겠다는 단체들을 최대한 설득하고, 해당 집회가 방역수칙을 제대로 지킬 수 있는지 꼼꼼하게 따져보면서 대처하는 것이 헌법적 가치를 존중하는 태도일 것이다. 특히 집회 추진 단체들이 제안한 카퍼레이드 식의 차량시위는 각자의 차량에 탑승한 시위자들이 차에서 내리지 않는다면 군중의 밀접 접촉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 교통에 큰 불편을 끼칠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관련법을 다 끌어다 처벌하는 게 능사일 수 없다.
정부는 도로교통법 위반 등을 적용해 운전면허 취소·정지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하는데 법적 근거도 분명하지 않을뿐더러 목적 달성을 위해 법을 자의적으로 동원하겠다는 권위주의적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설령 정부가 달성하려는 목표가 아무리 옳은 것이라 해도 그것을 이루기 위해 법과 행정력을 자의적으로 총동원하는 방식으로 접근한다면 이는 우리가 어렵게 쌓아온 민주주의적 가치를 위기에 빠뜨리는 위험한 발상이다.
코로나19 이후 국민들은 사생활 침해 소지가 있는 정부 당국의 조치들에도 최대한 이해하고 협력해왔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을 연상하게 하는 강압적 방식의 대처로 헌법상 국민의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면서 헌법정신과 민주주의 가치도 최대한 보호한다는 원칙하에 성숙하게 대응해야 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