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5일 국회에서 북한의 한국 공무원 사살 사실을 23일 낮 언론 보도를 통해 처음으로 인지했다고 밝혔다. 강 장관이 23일 오전 1시에 열렸던 관계장관회의에 불참했기 때문에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종전선언을 제안한 문재인 대통령의 유엔 연설은 관계장관회의가 열린 직후인 오전 1시 반경 이뤄졌다. 우리 국민 피살 사건이 발생했는데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유엔 연설은 그대로 나갔고, 외교부 수장은 대통령 연설 한참 뒤에야 우리 국민의 피살 소식을 접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국방·외교장관과 국정원장 주요 안보 책임자들이 참여하는 관계장관회의는 국가 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긴급한 현안에 대응하는 비공식 회의체다. 사안의 성격에 따라 군사적 대응이 필요한지, 외교적으로 접근할지 종합적인 방향을 결정한다. 이런 회의엔 해당 부처 장관 부재 시 차관이 대리 참석하는 게 기본적인 상식이다. 하지만 해외 출장 이후 자가 격리 중이라던 강 장관은 물론이고 외교부 차관마저도 이날 회의에 불참했다고 한다. 안보 문제를 다룰 때 필수적인 외교적 접근이나 고려 기능이 아예 실종된 것이다.
정부는 이미 18일에 유엔에 대통령 연설을 보낸 상태여서 편집이 불가능하고, 연설 시작 3시간 전인 22일 오후 10시 반경에 들어온 우리 국민의 사살 및 시신 훼손 첩보를 신뢰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국방부는 이미 22일 오후 6시 반경부터 이 사건을 청와대에 보고했다. 이미 첩보 수준이 아니었던 상황이다. 24시간 쉬지 않고 돌아가는 유엔의 운영 시스템을 알고 있는 외교부의 의견을 들었다면 연설 내용 조정이 가능했을 수도 있었다.
정부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도 대통령에게는 10시간 뒤에나 보고했고 별다른 대책도 마련하지 못했다. 통일부 장관은 대통령 보고 지연을 두고 시간상 새벽이어서라고 했다. 고장 난 위기관리 체계를 정비하기 위해선 우선 관계장관회의에 외교부가 배제된 이유와 경위부터 명확히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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