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안하다” 이틀 만에 적반하장식 협박… 北, 공동조사부터 응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2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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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어제 북한군에 숨진 우리 국민의 시신을 찾기 위한 남측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이남 수색 활동을 ‘북측 영해 침범’이라며 “이런 행동은 또 다른 불미스러운 사건을 예고케 한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북한의 신속한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진상 규명을 위한 공동조사를 거듭 요구했다. 시신 수색은 남북이 각각의 해역에서 하되 정보를 교환하자고 했다.

북한의 주장은 청와대가 북측에 추가 조사를 요구하며 남북 공동조사를 제안한 지 이틀 만에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낡은 ‘NLL 무력화’ 수법을 다시 꺼내 들었다. 위험한 분쟁지역에서 벌어진 사건임을 부각시키며, 그러니 공동조사는 꺼내지도 말라는 것이다.

북한은 한편으론 자체적인 수색 계획과 시신 발견 시 인계 절차를 거론하며 상투적 이중 플레이를 보였다. 이런 기만적 태도는 이미 25일 북측이 보내온 전통문에서도 드러났다. 북한은 우리 국민을 사살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월북 의사 표시가 없었으며, 시신을 훼손하지도 않았고 단지 부유물을 소각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어느 쪽이 진실을 말하는지는 시신을 찾는 것에 달려 있다. 시신 훼손은 없었다는 북한의 주장이 거짓이 아니라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미안하다”는 사과가 입 발린 소리가 아니라면 북측이 공동조사를 주저할 이유가 전혀 없다. 오히려 NLL 이북까지 일시 개방하면서 공동수색도 자청했어야 할 일이다.

북한이 전례 없는 공동조사에 응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렇기에 정부는 북한의 사과가 이례적이라고 반색하기에 앞서 민간인을 사살한 북한의 야만 행위에 엄중한 책임을 물었어야 한다. 여권에선 벌써 김정은을 ‘계몽군주’에 비유하는가 하면 어떻게든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발언들이 넘친다. 그러니 청와대의 공동조사 요구도 국내 여론 무마용으로만 비치고, 북한은 다시 큰소리를 치며 위협하는 못된 버릇을 보이는 것 아니겠는가.
#적반하장#북한#협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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