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장마가 유독 길었다. 봄과 가을은 짧아지고 있으며, 실제로 한반도의 평균 기온은 상승하고 있다. 이렇게 기후가 변해가는 만큼, 환경 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
환경이나 동물 윤리 등에 민감한 ‘MZ세대’(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 소비자들은 기업에 직접적으로 변화를 요구하기도 한다. 가장 빠르게 변화가 나타나는 분야는 상품 포장재다. 제품 포장이나 배송 패키지 등에 쓰이는 포장재를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 바꾸고 비닐 라벨을 종이로 대체하는 움직임은 빠르게 소비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이렇게 친환경이라는 키워드는 이제 고객의 선택을 받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가 됐다. 브랜딩의 중요한 축이 된 것이다.
친환경 포장재와 마찬가지로 친환경이라는 흐름을 타고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기대받았던 분야가 있다. 바로 식물성 고기다. 미국 푸드테크 기업인 임파서블푸드, 비욘드미트 등의 성장으로 각광받고 있는 식물성 고기는 기존 축산업의 문제와 한계를 해결하고자 한다. 축산업의 물 소비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자는 것이다.
2019년 유엔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일반적인 쇠고기 햄버거 하나를 생산하기 위해 2000L 내외의 물이 필요하다. 식물성 단백질로 만든 고기로 햄버거를 만들 경우 물 사용량의 75∼95%를 절약할 수 있다. 이와 같이 기존 고기와 비슷한 맛과 식감을 추구하면서 환경에 주는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가짜 고기’류는 여러 나라에서 인기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한국에서만큼은 아직 이런 식물성 고기 제품들이 기대만큼 팔리지 않는다.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이미 한국 소비자들은 식물성 단백질을 많이 섭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 채소 섭취량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 2위권에 든다. 한국인은 채소 자체를 많이 먹는 편이며 식물성 단백질원 역시 이미 많이 섭취하고 있다. 바로 두부와 두유다.
둘째, 고기를 먹는 방식이다. 식물성 대체육은 가공 특성상 햄버거 패티처럼 갈린 형태가 많다. 그런데 한국인은 간 고기보다는 생고기를 직접 구워 먹는 것을 선호한다. 대체육도 구워 먹을 수야 있겠지만 아무래도 고기 같은 맛을 기대하긴 어렵다. 국내에도 식물성 대체육으로 만든 햄버거가 출시됐지만 아무래도 한식에 적용되지 않고서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친환경을 추구하는 대체 단백질, 대체 육류 제품이 한국 시장에서 성공하기는 어려운 것일까. 대체육에 비해 더 빠르게 성장하는 식물성 유제품군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내 우유 소비량은 하락하고 있지만 채식주의자들이 좋아하는 아몬드 밀크와 코코넛 밀크는 성장세가 가파르다. 사실 친환경 목적으로 아몬드 밀크가 개발된 것은 아니지만 우유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량이나 물 사용량이 적은 것은 사실이고 이 점이 판매에 도움이 되고 있다.
또 유럽과 미국에서는 우유를 쓰지 않은 식물성 요구르트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국내에도 일부 제품이 소개되기도 했다. 식물성 대체 달걀도 곧 국내 시장에 출시될 것으로 보이며 유제품군과 비슷하게 빠른 성장이 기대된다.
식물성 고기 역시 식물성 유제품과 같이 점진적으로 시장을 확대할 수 있는 전략으로 접근하면 승산이 없진 않다. 즉 식물성 고기 역시 가공 기술이 극도로 발달해 고기 맛을 제대로 낼 수 있게 되기 전까지는 결국 환경을 강조하는 ‘가치 소비’에 일정 부분 기대야 할 것이다.
또 장기적으로는 기술 개발을 통해 근본적인 맛을 향상시키고, 알맞은 조리법을 찾아 맛의 대중화를 추구해야 할 것이다. 식물성 고기를 대중화하기 위해서는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면서 고기를 갈아 넣는 음식인 만두가 가장 적합해 보인다. 특히 냉동 만두는 가정에서 손쉽게 먹을 수 있고 다양한 신제품이 출시되는 시장으로 식물성 고기 사용을 고려해볼 만하다.
이제 환경 문제에 대해 소비자들이 갖고 있는 죄책감을 얼마나 덜어줄 수 있는지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MZ세대를 대상으로 하는 브랜드라면 환경에 대한 가치를 제품과 서비스 내의 한 요소로 디자인해야 할 것이다.
이 원고는 DBR(동아비즈니스리뷰) 299호(2020년 6월)에 실린 글 ‘비싸고 맛없어도 나만의 Flex’의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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