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이 공영다우려면[현장에서/이새샘]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29일 03시 00분


코로나19로 소상공인들이 매출 감소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달 초 상가들이 문을 닫아 한산한 서울 명동 거리. 동아일보DB
코로나19로 소상공인들이 매출 감소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달 초 상가들이 문을 닫아 한산한 서울 명동 거리. 동아일보DB
이새샘 산업2부 기자
이새샘 산업2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당장 생계를 위협받고 있는 소상공인의 새로운 활로로 주목받는 것이 바로 온라인 판매 등 비대면 분야를 통한 판로 개척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이 같은 비대면 분야 중 하나인 홈쇼핑 판로 개척을 위해 지난해부터 소상공인 제품이 홈쇼핑에 입점하도록 지원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중소기업유통센터가 선정한 우수 소상공인 제품이 홈쇼핑에 입점하면 입점비 1500만 원을 대신 내주는 사업으로 올해 예산 22억 원이 편성됐다.

그런데 중기부가 28일 국민의힘 김정재 의원실에 제출한 ‘소상공인 TV홈쇼핑 및 T커머스 입점지원’ 내용을 보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대목이 있다.

바로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판로 확대를 목표로 중소기업유통센터 등 공공이 출자해 설립한 공영홈쇼핑도 이 입점지원 대상 업체에 포함돼 있는 것이다. 의원실에 따르면 공영홈쇼핑은 해당 사업을 통해 지난해와 올해 소상공인 40개 업체의 제품을 입점시켜 총 6억 원을 입점비로 받았다. 여기에 판매 대가로 각 업체에서 받는 판매수수료도 총 1억7500만 원을 받았다.

반면 GS홈쇼핑과 CJ오쇼핑 등 일부 민간업체는 소상공인과의 상생을 위해 입점비 지원을 받지 않고, 판매수수료도 아예 받지 않았다. 이렇게 홈쇼핑 업체가 무료로 방송을 지원해 줄 경우 중소기업유통센터는 절감된 예산을 바탕으로 소상공인에게 방송 홍보 영상제작비 800만 원을 지원해준다. 김정재 의원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위해 설립된 공영홈쇼핑이 오히려 민간업체보다 못한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물론 공영홈쇼핑도 할 말은 있다. 공영홈쇼핑 관계자는 “공영홈쇼핑은 심야시간 등에 주로 소상공인 제품을 방송하는 민간업체보다 훨씬 긴 시간 동안 프라임 타임에 제품을 방송한다”며 “기본 판매수수료도 업계 평균보다 낮고 연간 200여 개 제품은 아예 노마진으로 방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중소기업·소상공인 중심의 편성, 저렴한 판매수수료는 공영홈쇼핑의 설립 목적 그 자체다. 이 같은 설명은 코로나19라는 유례없는 사태로 폐업의 기로에 서 있는 소상공인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한다는 인상을 줄 수밖에 없다.

정부는 연일 새희망자금 지급 등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다. 이처럼 국민의 혈세로 소상공인을 돕는 이유는 이들이 우리 경제의 저변을 지탱하는 모세혈관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회복될 때까지만이라도 입점비나 판매수수료를 포기하는 등 진짜 ‘공영’다운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는지 아쉬운 대목이다.

이새샘 산업2부 기자 iamsam@donga.com
#코로나19#소상공인#공영홈쇼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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