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같이 근무했던 선배 변호사는 조던 피터슨의 강의를 듣는 것을 정말 좋아했다. 피터슨은 캐나다의 임상 심리학자이자 문화 비평가로서, 현재 캐나다 토론토대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라고 한다. 그 선배 변호사는 짬이 날 때마다 피터슨의 강의를 들었는데, 특유의 시크한 표현과 직설적인 화법이 마음에 든다고 했다.
직장을 옮기고 피터슨에 대한 기억은 희미해져 갔는데, 우연한 기회에 ‘지능지수와 직업의 상관관계’라는 강연 동영상을 봤다. 이 강연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지능지수는 어떤 것을 배우는 시간과 반비례하므로, 일정한 직업을 가지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지능지수가 요구되고, 낮은 지능지수가 요구되는 직업은 인공지능(AI) 등으로 대체되는 때가 가까워지고 있어 사회적 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클라우스 슈바프도 그의 저서 ‘제4차 산업혁명’에서 20년 안에 미국에 있는 직업의 47%가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시간이 더 흐르면 흐를수록 현재 존재하고 있는 직업 중 대다수는 사라질 것이고, 청년 세대는 반드시 생전에 그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인간이 만들어낸 인공지능과 소위 ‘밥그릇 싸움’을 하게 된다니 참 아이러니하다. 상상하기 어려운 연산속도를 가진 인공지능이 경쟁 상대라는 점을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할 정도다.
인공지능은 빅데이터를 통해 인간의 과거와 현재를 배운다. 아마 인공지능은 점점 더 넓은 직역에서, 점점 더 빠르게 인간을 대체할 것이고, 인공지능의 학습 속도 또한 현재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빨라질 것이다. 우리는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하는 새로운 시대에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새로운 시대에는 부가가치 창출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뀔 것이다. 과거와는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질 것이고, 소위 모범생형 인재보다는 유별나며 개성 있고 창의성 있는 인재가 성공할 확률이 높아질 것이다. 인간은 태생적으로 지식을 빨리 습득하는 경쟁에서 인공지능을 결코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창의성이 있는 인재는 획일화된 교육으로 만들어질 수 없음은 자명하다.
창의성이 무엇이라고 정의하는 것은 어렵고, 내 능력으로 가능한 일도 아니다. 하지만 나는 분명히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고 믿는다. 2016년 이세돌 9단이 1202대의 컴퓨터가 연결돼 3000만 기보를 학습한 ‘알파고’와 대적해서 허를 찌르는 제4국 78수로 기적 같은 승리를 쟁취한 모습을 실제로 봤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대에 요구되는 창의성은 이세돌 9단의 78수와 같은 모습일 것이다. 당장은 그것이 뭔지 모르겠지만 나를 포함한 청년 세대는 생존하기 위해, 그 창의성이 무엇인지 늘 고민하고, 그것을 갖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좋은 대학에 진학하거나 좋은 자격증을 갖는 것이 성공의 척도가 됐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