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증권가에 나돈 우스갯소리가 있다. 한강에서 ‘혼술’을 하는데 누군가 다가와 묻더란다. “너도 신풍제약?” 올 들어 27배로 급등했던 신풍제약 주가는 21일 자사주 매도 이후 엿새 동안 34% 넘게 빠졌다. 연간 영업이익이 20억 원에 불과한 기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기대로 주가가 폭등했다가 한순간 곤두박질친 것이다. 하루 장중 고가와 저가가 40% 이상 벌어질 정도로 주가가 요동치면서 투자자들은 공포에 질렸다.
요즘 ‘멘붕’에 빠진 개미가 한둘이 아니다. 이달 들어 미국 증시가 발작 수준의 급락장을 연출한 뒤 국내외 증시의 조정 국면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들이 많이 담은 테슬라, 애플, 니콜라 3개 종목의 손실액은 9월에만 1조 원을 웃돈다. 환(換) 손실과 국내 주식보다 비싼 해외 주식 수수료를 감안하면 손실은 더 늘어난다.
국내 주식을 적극 사들이는 ‘동학개미’의 처지도 다르지 않다. 동학개미들이 외상으로 사들인 주식 결제대금을 갚지 못해 증권사가 강제로 주식을 처분한 금액(위탁매매 미수로 인한 반대매매 금액)은 하루 300억 원대를 오르내린다. 10년 새 가장 많다. 역대 최대인 58조 원의 청약증거금을 끌어모았던 카카오게임즈 주가는 최고가 대비 30% 주저앉았다.
코로나 쇼크로 3월 대폭락했던 국내 증시를 반등시킨 건 동학개미들의 힘이 크다. 주식 투자에 처음 뛰어든 20, 30대 주린이(주식+어린이)들은 새벽 테슬라의 ‘배터리데이’ 생중계를 지켜볼 만큼 경제에 눈을 뜨고 있다. 주식 투자 세대교체는 국내 자본시장의 근간을 바꿔놓을 기회라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강세장의 달콤한 성과에 취해 투자와 도박의 경계를 넘나드는 개미들이 늘고 있어 우려스럽다. 주식세끼(하루 3번 매매), 오치기(5만 원만 벌면 털고 나옴) 같은 유행어가 이를 반영한다. 특히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과 빚투(빚내서 투자)한 개미들은 시장이 출렁이면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빚투 개미들이 증권사에서 주식 매수 용도로 빌린 돈(신용거래융자 잔액)은 3월 중순 이후 11조 원 가까이 늘었다. 5대 은행에서 나간 신용대출 또한 하반기 들어 9조 원 넘게 불었다. 빚투 개미들은 조정 국면에서 주가 하락에, 이자 부담까지 손해가 이중삼중으로 커진다. 모아놓은 자산도 없고 소득도 적은 2030세대의 빚투는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런데도 정부는 주식 투자 과열에 말을 아끼고 있다. 오히려 공매도 금지 기한 연장, 주식 양도소득세 완화 등 부양책을 내놓으며 주식 투자를 부추기는 듯하다. 집값 상승에는 온갖 규제와 정책을 쏟아내며 주택시장을 틀어막는 것과 딴판이다. 부동산이나 주식이나 과도한 거품이 국가 경제에 미칠 악영향은 다르지 않은데도 말이다.
미국 수소차 회사 니콜라의 사기 논란에서 보듯 유망한 신산업과 신기술도 실적이 받쳐주지 않으면 주식은 휴지 조각이 될 수 있다. 유동성 과잉에 부동산 투자까지 막혔으니 상승장이 계속될 거라는 생각은 근시안적이다.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은 한겨울인데 실물경제 거울인 증시만 펄펄 끓는 비정상은 끝없이 이어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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