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미리 성묘를 갔었는데 묘지가 4분의 1가량 무너져내려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아버지께서도 깜짝 놀라 한동안 말을 못 할 정도로 어안이 벙벙했다. “왜 저랬을까” 하고 곰곰이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멧돼지 등 산짐승들이 먹이가 없어 내려와 봉분까지 갉은 것 같았다. 일단 주위에 있는 흙으로 대충 덮고 내려왔지만 내내 마음이 언짢았다. 요즘 사람들이 산에 가면 산짐승들이 먹을 열매나 먹잇감들을 따거나 채취해버려 먹을 것이 없다 보니 먹이를 찾다가 산소까지 건드리지 않나 싶었다. 명절 전후나 벌초한 직후에 묘지 앞에서 절하고 막걸리를 묘소 주위에 뿌리면 냄새를 맡고 굶주린 멧돼지들이 출현한다는데 이런 행위야말로 멧돼지에게 공격받을 절호의 찬스를 주는 것이므로 성묘객들은 특히 유의해야 한다는 점도 알게 되었다. 특히 멧돼지는 아주 먼 곳에서도 술 냄새를 잘 맡으므로 절대 산소 주위에 술을 붓는 것은 삼가야 한다. 앞으로 성묘 시에는 술과 가져간 음식을 절대로 산소 앞에 버리지 말고 아주 먼 곳으로 가져가 버려야겠다.
우도형 서울 강남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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