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언택트’ 라이프스타일이 일상화되면서 당장 매출이 감소하는 상점들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모두가 위기를 겪는 건 아니다.
미국의 대형 슈퍼마켓 체인점인 타깃은 코로나19로 인해 대다수의 유통업체가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올 2분기(4∼6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80% 이상 증가한 230억 달러(약 27조 원)라고 밝혔다. 미국 경제뉴스 CNBC가 ‘괴물 같은 성과(monster quarter)’라고 표현했을 정도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오프라인 기반 유통업체라도 온라인에서와 같은 편리함을 제공하면 소비자들을 오프라인 매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 예컨대 타깃은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책으로 ‘커브사이드 픽업(curbside pickup)’이라는 제도를 도입했다. 온라인으로 상품을 주문한 후 매장 근처 도로에 잠깐 차를 대고 물건을 받아 가는 방식이다. 고객들이 이 방식으로 구매하는 비중이 이전 분기보다 7배나 늘었다고 한다.
이렇게 오프라인 유통 채널만의 강점에 온라인 같은 편리함을 더하면 보다 섬세하고 풍성한 고객 경험을 구현할 수 있다. 경영학계에서는 이런 방식의 판매를 ‘피지털’이라고 부른다. 오프라인 공간을 의미하는 ‘피지컬’과 온라인을 의미하는 ‘디지털’의 합성어다. 디지털을 활용해 오프라인 공간에서의 육체적 경험을 확대한다는 의미다.
피지털 경험은 소비의 여러 단계에 적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상품 정보 습득 단계를 생각해 보자. 우리가 온라인 쇼핑을 하는 이유 중 하나는 간단한 검색만으로 상품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소비자들은 하나의 검색 키워드에 떠오르는 수십, 수백 개의 검색 결과에 압도당하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검색된 수많은 상품 중에서 나에게 필요한 것을 찾는 것을 부담스러운 과제처럼 느끼기도 한다.
이런 소비자 경험을 감안했을 때, 오프라인 매장의 특성인 상품의 실재감(實在感)이 도움이 된다. 매장에서 마음에 드는 물건을 찾은 후, 상품에 부착된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하면 상품 정보 및 리뷰 등을 찾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다음, 상품을 찾아가는 픽업 단계에서의 피지털 경험을 생각해 보자. 이제 오프라인 매장들은 소비자가 온라인에서 주문한 제품을 연중무휴 24시간 집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단순 상품 전달 기능 이상의 서비스도 고려해야 한다.
일례로 미국의 백화점 체인 노드스트롬 맨해튼 지점에서는 24시간 픽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노드스트롬 로컬’이라는 서비스 센터 개념의 매장들을 도시 곳곳에 배치해 상품 픽업과 환불, 교환뿐 아니라 옷 수선, 개인 스타일링 상담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노드스트롬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일반 백화점에서보다 노드스트롬 로컬에서 보내는 시간이 2.5배 이상 길다고 한다. 서비스 카운터에는 주인과 함께 방문하는 반려견에게 줄 간식도 마련돼 있다.
마지막 상품 교환 및 반품 단계에서의 피지털을 생각해 보자. 온라인 쇼핑에서 소비자들이 가장 귀찮아하는 것이 바로 이 단계다. 상품 반송비 부담은 물론이고, 상품을 다시 포장한 뒤 택배 기사에게 전달해 줘야 하는 귀찮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래서 미국의 온라인 유통업체 아마존은 구매한 상품을 반품할 때 포장을 하지 않고 배송업체 UPS에 들고 가면 대신 포장해서 반품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소비자는 UPS에서 QR코드만 보여주면 된다. 한편 노드스트롬 백화점의 일부 지점도 매장 내에 무인 반품코너를 만들었다. 고객은 키오스크에서 QR코드를 스캔하고 반품 수거 상자에 넣기만 하면 된다.
이렇게 피지털 경험은 고객들에게 매장을 방문할 동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언택트 시대 기업에 중요한 경쟁 포인트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기업의 피지털 경험 디자인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고객의 불편함을 이해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디지털 기술 자체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고객의 불편함, 즉 제품 픽업, 반품과 같은 ‘페인 포인트(pain point)’를 파악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과정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이 원고는 DBR(동아비즈니스리뷰) 304호에 실린 ‘오프라인 매장을 온라인처럼 편리하게, 언택트 시대, 피지털(Physical+Digital) 경험 제공하라’의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황지영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UNCG) 마케팅 전공 교수 jiyoung.hwang.retail@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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