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조성길 入國 공개, 보호돼야 할 정보 누설 경위 밝혀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8일 00시 00분


재작년 11월 잠적했던 조성길 전 이탈리아 주재 북한대사대리가 작년 7월 국내로 들어와 정착했다고 한다. 한 언론이 6일 이런 내용을 처음 보도했고 국회 정보위원회 야당 간사인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우리 당국이 국내에서 보호 중이라고 확인하면서 기정사실이 됐다. 이에 대해 탈북 외교관 출신인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어제 “왜 이 시점에 노출됐는지… 어떻게 노출됐는지 대단히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했다.

조 전 대사대리의 한국 정착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그 정보가 노출된 것은 우리 정부가 탈북민 보호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에 대한 깊은 의구심을 갖게 한다. 조 전 대사대리의 잠적은 대사급 고위 외교관의 탈북이어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그의 딸은 북한으로 송환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한때 조 전 대사대리의 한국행을 공개 권유했던 태 의원도 진즉 “더는 한국에 오라고 할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그가 제3국 대신 한국에 오면 변절자로 찍혀 딸에 대한 처벌 수위가 한층 높을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따라서 이런 정보가 노출된 경위부터 반드시 밝혀야 한다. 국민 알 권리와 탈북민 안전 사이에서 보도를 선택한 언론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겠지만 근본적으론 그것을 최초로 누설한 자가 누군지 가려내 책임을 묻고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서야 누가 한국 정부를 믿고 안전을 의탁하겠는가. 이번 일이 최근 정치인 출신 국가정보원장 취임 이래 불거진 ‘정보의 정치화’와도 무관치 않다는 지적도 유념해야 한다. 혹시라도 뉴스로 논란을 덮는 식의 구시대 정보정치 의도가 드러난다면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나아가 그걸 확인해준 국회 정보위도 책임에서 비켜 갈 수는 없다. 하 의원은 “언론의 확인 요청이 쏟아져 정보위 여야 간사의 합의로 확인해 주기로 했다”며 ‘국회 차원의 조치’였다고 했다. 비공개를 전제로 기밀을 보고받는 정보위원들도 이미 알고 있던 내용이라는 것인데, 그렇다고 탈북민과 가족의 안위가 걸린 사안을 사실로 확인해줄 자격은 없다. 이번 기회에 국회 정보위원들의 비밀엄수 요건도 재점검해야 한다.
#조성길 전 이탈리아 주재 북한대사대리#탈북민#국회 정보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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