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이야기]불평등한 기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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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상민 케이웨더 공기지능센터장
차상민 케이웨더 공기지능센터장
미국의 팝가수인 마돈나는 3월 “바이러스는 당신이 얼마나 부자이든, 유명하든, 웃기든, 똑똑하든, 어디에 살든, 몇 살이든 상관하지 않는다”라며 코로나19를 ‘위대한 평등자(The Great Equalizer)’라 칭하는 글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까지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으니 그 말이 틀린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역할은 감염시키기에서 끝난다. 일단 감염되고 나면 코로나 바이러스의 불평등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트럼프 대통령은 확진 판정을 받은 후 불과 사흘 만에 퇴원하여 정상적인 업무에 복귀할 수 있었다. 그는 “모든 이들이 대통령과 같은 치료를 받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멕시코를 비롯한 주변 국가들에서는 바이러스 감염된 사람들이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한 채 길거리에서 죽어가고 있다. 선진국에 태어났거나 부유하거나 젊거나 건강한 사람들에게 코로나 바이러스는 극복하기 어렵지 않다. 그러나 가난하고 취약하고 노쇠한 사람들에게는 치명적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평등하게 다가오지만 남기고 가는 피해는 매우 불평등하다.

팬데믹과 마찬가지로 기후변화도 모든 지구인에게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그 피해는 가난한 나라와 취약한 계층에 집중된다. 열대지방의 국가들은 지구온난화의 원인인 온실가스 배출에 3% 정도의 책임밖에 없는데도 가뭄과 해수면 상승 등으로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고 수몰될 위험을 겪는다. 이에 반해 북반구의 부유한 국가들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오히려 경제적 혜택을 누리기도 한다. 지난해 4월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국립과학원회보’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지구온난화로 최빈국들은 국내총생산(GDP)이 17∼31% 떨어진 반면, 선진국에서는 10%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2012년 세계은행 보고서에서는 “그 어떤 나라도 기후변화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지만 기후변화가 가져오는 효과는 나라별로 불평등할 것이며 가난한 나라일수록 그 여파가 클 것이다”라고 했다.

코로나19의 대유행 때문에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지난달 20일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27개국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에서 기후변화가 심각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90%를 넘었다. 그런데 기후변화를 코로나19와 마찬가지로 긴급하게 대응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미국을 비롯한 부유한 국가들은 45% 미만으로 동의한 데 반해 멕시코, 나이지리아 등 빈국에서는 시급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70%를 넘었다. 기후변화로 누가 가장 많은 고통을 받을 것이냐는 질문에는, 가난한 사람들이라는 응답이 빈국에서는 60%를 넘었으나 선진국에서는 40% 미만으로 나타났다. 가난한 사람일수록 기후변화의 피해를 더욱 심각하게 겪고 있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후변화와 코로나19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했지만 이는 가진 자의 오만함으로 비칠 따름이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기후변화와 전염병은 생존과 직결된 현실적인 위험이기 때문이다.

 
차상민 케이웨더 공기지능센터장


#기후변화#생존#지구온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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