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덮죽’이라는 생소한 이름의 음식이 온라인을 뒤덮었다. 한 방송 예능프로그램에서 소개해 화제를 모은 경북 포항시의 특정 식당 신메뉴를 한 프랜차이즈 업체가 그대로 베껴 판매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 메뉴는 해당 식당 주인이 자체 개발한 것이었다.
이 프랜차이즈 업체는 ‘덮죽덮죽’이라는 상호명으로 서울 강남구에서 영업을 한다고 소개했다. ‘덮죽’이란 이름에 레시피까지 판박이였다. 게다가 ‘골목 저격’이라는 방송 프로그램 이름을 차용한 설명으로 소비자들에게 ‘방송에 나왔던 그 집’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논란이 커지자 프랜차이즈 대표가 사과문을 올리고 사업을 접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배달 음식 애플리케이션(앱) 배달의민족(배민)에서는 13일에도 여전히 이 매장을 검색할 수 있다. ‘방송 보고 너무 궁금했는데 맛있다’ 같은 리뷰도 여전히 달려 있다.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다른 자영업자나 프랜차이즈 업체와 마찬가지로 관련 서류를 받고 정상적인 절차로 입점시켰다”며 “계약된 날짜까지는 해당 음식점이 검색될 수밖에 없다. 이 업체뿐만이 아니라 어떤 음식점도 앱에서 강제 퇴출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해당 프랜차이즈가 영업을 않으니 논란은 한풀 꺾였지만 이 사태는 플랫폼이 콘텐츠에 대해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나를 고민하게 만든다.
플랫폼 업체들은 중개만 해줄 뿐 거래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는다. 배민 역시 음식 주문과 결제를 위한 플랫폼만 제공할 뿐 추가 정보는 점주의 자발적 선택에 의해서만 공개되기에 이들이 음식 레시피를 표절했는지를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어려우니 그냥 넘어가자’는 게 무책임해 보인다. 수많은 플랫폼 중 그 플랫폼을 이용하는 건 수수료, 익숙함 등 다양한 요인이 있지만 해당 업체를 신뢰한다는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그만큼 플랫폼 사업자들은 공개하는 정보에 일정 책임을 져야 하지 않을까.
최근 금융에 진출한 네이버는 금융상품 소개와 비교 서비스만 제공한다. 당연히 판매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는다. 그러자 금융당국은 네이버의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이 금융상품을 연계하거나 제휴해 판매할 때 책임을 부여하는 등 플랫폼의 역할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소비자가 피해를 입으면 입점업체뿐 아니라 플랫폼이 일정 부분을 책임지도록 하는 전자상거래법 개정안 마련에 들어갔다.
플랫폼 사업자들은 지나친 규제는 성장을 제한하고 경쟁력도 약화시킨다고 우려한다. 하지만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진 만큼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도 일리 있다. ‘네이버에 검색됐으니, 배민에 등록된 업체이니 믿을 만하다’는 사회적 신뢰에 부응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그 책임의 수위와 범위에 대해선 더 깊은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