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한 요양병원에서 이틀 새 54명의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취약시설 관리 시스템의 구멍이 드러났다. 13일 간호조무사 1명이 확진된 뒤 관계자 전수조사에서 종사자 11명과 입원환자 42명이 줄줄이 양성 판정을 받았는데, 이 중 1명은 사망 뒤 판정이다. 게다가 이 병원에서는 9월 이후 8명이 숨졌고 이 중 7명은 폐렴과 호흡곤란 증세가 있었다고 하니 그 상관관계도 파악돼야 한다. 역시 고위험 취약시설인 서울 도봉구의 한 신경정신과 전문병원에서도 지난달 28일 이래 어제까지 65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요양병원 요양원 재활병원 등은 고령 만성질환자가 많거나 마스크 착용 등 위생관리가 어려워 지역사회 감염 유행의 종착지로 꼽힌다. 부산시가 관련 시설 전수조사에 들어간 데 이어 수도권에서도 노인·정신병원 종사자와 노인 주간보호시설 이용자 16만 명을 대상으로 선제적 전수검사를 실시한다고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감염이 발견되면 실시하는 일회성 전수검사는 뒷북일 뿐이고, 증상과 관계없이 주기적인 관계자 진단검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코로나는 기저질환자, 특히 노인들에게 ‘목숨이 걸린’ 질병이 된다는 점에서 노인 관련 시설에 대해서는 핀셋 방역이 이뤄져야 한다.
정부가 국민 피로와 경제를 고려해 12일부터 전국의 거리 두기 수위를 1단계로 완화했지만, 방역 고삐를 늦추면 고위험 시설발(發) 집단 감염이 확산되는 징크스가 5월과 8월에 이어 이번에도 나타났다. 게다가 코로나 계열 바이러스는 추위에 강한 특성을 가진 만큼, 기온이 떨어질수록 확산 위험이 커진다. 미국의 하루 확진자가 다시 5만 명 이상으로 치솟고 유럽에서도 가을 겨울 대유행이 시작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역당국은 임박한 대유행에 대비해 방역의 사각지대가 없는지 고위험 시설부터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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