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서울 도심에서 무면허운전을 해 재판에 넘겨졌던 연극 연출가 A 씨. 14일 2심 재판부가 밝힌 ‘(양형) 이유’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다.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A 씨는 이날 처벌 수위가 낮춰지며 벌금형을 받았다. 그 이유 중 하나가 ‘교수 복귀를 앞뒀다’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1부(부장판사 최병률)가 항소심에서 밝힌 이유는 그 밖에도 더 있다.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있고, 무면허운전을 하게 된 경위 및 과거 전력에 대한 변명에 다소 참작할 바가 있다”고 했다. 여기에 “A 씨의 건강 상태, 피고인이 처한 상황 등 양형자료를 종합하면 A 씨에 대한 원심의 형은 다소 무겁다”며 1심을 파기하고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A 씨가 재판에 넘겨진 건 서울 종로구에서 중구까지 약 360m 구간을 운전면허 없이 운전한 혐의였다. 올 6월 1심은 A 씨에게 징역 5개월을 선고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재범 위험성이 높고 준법의식이 미약한 것으로 보여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1심 재판부는 왜 이런 양형 이유를 댄 걸까. 동아일보가 입수한 판결문을 보면 A 씨는 이 사건 이전에도 운전 관련 범행을 여러 차례 저질렀기 때문이다.
먼저 2000년과 2003년에 음주운전으로 붙잡힌 적이 있다. 2014년 12월엔 서울 한 초등학교 인근에서 한 남성(54)을 들이받은 뒤 명함만 주고 자리를 떠 뺑소니 혐의로 입건됐다. 이듬해에는 무면허에 술까지 마시고 차를 몰다 체포됐다. 결국 2016년 3월 서울북부지법은 두 사건에 대한 혐의로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도 확정됐다.
A 씨는 2017년에도 문제를 일으켰다. 가석방으로 풀려난 뒤 또 무면허운전을 하다 발각돼 벌금형에 처해졌다. 올해까지 포함하면 모두 6차례나 운전 관련 범죄를 저지른 셈이다.
물론 2심 재판부가 형을 낮춰준 배경은 단순하지 않다. 형법에도 범인의 연령이나 지능, 환경, 범행 동기·수단·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을 양형에 고려하도록 돼 있다. 예를 들어 급하게 병원 응급실에 가야 하거나 가족 등에게 비상상황이 발생해 무면허운전을 했다면 감형 사유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형법 어디에도 피고인이 ‘직장에 복귀해야 하는 상황’을 감형 사유로 고려하라는 조항은 없다. A 씨가 1심대로 실형이 유지됐다면 사립학교법에 따라 2025년에나 A대학 교수직 복귀가 가능했다. 하지만 2심이 확정되면 2022년이면 돌아갈 수 있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교수 복귀를 준비한단 이유로 감형한 건 비판받을 여지가 있다. 상고를 통해 대법원의 판단을 받아볼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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