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BTS)은 봉준호 감독처럼 1년 중 한 차례 열리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상을 받은 게 아니다. 또 4년에 한 번, 전 세계 국가대표들이 모여 경쟁하는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것도 아니다. 그저 미국이라는 한 국가에서, 그것도 일주일마다 발표되는 음악차트에서 1위에 올랐을 뿐이다. 이 때문에 방탄소년단 멤버들에게 병역특례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어불성설이라는 시각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방탄소년단 열기는 상의 권위로만 따질 수 없는 상황이다. 대한민국 역대 최고 스포츠 스타들과도 비교 불가다. 관심이 생기면 동영상 서비스 유튜브를 검색하는 건 미국도 마찬가지인데, 미국 유튜브에서 방탄소년단의 지난 1년 검색량을 보면 현직 대통령이자 임박한 대선의 후보이기도 한 도널드 트럼프에게 앞서 있다. 최근엔 트럼프가 좀 더 높아지긴 했지만 지난 12개월을 보면 방탄소년단이 우세할 때가 더 많았다.
방탄소년단 병역특례 이슈는 충분히 제기될 만하다. 국위 선양이란 대의 아래 만들어진 예술체육요원의 병역특례제도가 존재하지만 대중예술 영역의 방탄소년단은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위 선양으로 보자면 지금의 방탄소년단에 필적할 만한 인물을 찾기 어렵고,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을 어떤 근거로 구분하고 있는지 타당한 답변이 없다. 성악가나 클래식 악기 연주자, 바둑기사도 가능한데 대중가수는 안된다는 건 자연스럽지 못하다.
병역특례 관련 보도도 과거엔 특정 인물 병역면제 여부에 초점이 있었다면 지금은 대중예술과 순수예술을 차별하는 게 적절한지로 옮겨가고 있다. 언론 기사에서 병역특례의 연관어를 살펴보니 ‘대중문화’와 ‘대중문화예술인’이 최상위에 올라 있다. 병역특례 대상에서 대중문화예술 종사자를 배제하는 것이 오히려 ‘형평성’ 차원에서 어긋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또 ‘국위 선양’, ‘대체 복무’, ‘한류 전파’, ‘공론화’, ‘전향적’ 등도 많이 나오는데 대중예술에 우호적으로 제시되는 표현들이다.
방탄소년단은 병역특례 관련 여론도 변화시키고 있다. 병역특례 적용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절반 가까이 되지만 불과 2년 전에 비하면 상당히 누그러졌다. 당시에 반대는 60%에 달했고 찬성은 40%로 20%포인트의 격차가 있었지만 지금은 찬성 의견 46%, 반대 의견 48%로 찬성은 늘고, 반대는 줄어들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병역면제의 혜택을 허용하는 대신에 입영을 연기할 수 있게 해주는 타협책이 제시되었다. 대중문화예술 분야 우수자의 소집을 최대 만 30세까지 연기할 수 있게 해준다고 한다. 방탄소년단의 국위 선양을 인정해 주면서도 병역면제 혜택은 차단하는 절충이 이루어진 것이다. 근본적 해법은 아니다.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을 구분하는 게 의미 있는지, 가능한지 몇 해 전부터 지적이 있었는데 당국의 책임 있는 자세가 없었다. 논란을 감수하고서라도 시대에 뒤떨어진 제도는 정비하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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