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2021시즌 프로배구 V리그가 17일 막을 올렸다. ‘배구 여제’ 김연경(32·흥국생명)의 국내 복귀 등 흥행 호재를 맞은 프로배구는 내심 출범 이후 최고 인기를 노리고 있다.
그러나 이런 기대에 찬물이라도 끼얹듯 현장에서는 시작부터 안전 불감증을 드러내 팬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18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여자부 KGC인삼공사와 IBK기업은행의 경기가 대표적이다.
상황은 이렇다. 4세트 중반 KGC인삼공사의 센터 정호영(19)이 공격을 시도하고 착지하는 과정에서 왼쪽 무릎이 바깥으로 꺾이는 부상이 발생했다. 부심이 즉시 휘슬을 불어 경기를 중단시켰을 정도로 부상 정도가 심해 보였다.
선수가 바닥에 누워 극심한 고통을 호소할 만큼 응급조치가 시급해 보였지만 코트에는 들것이 제때 들어오지 않았다. 경기장 안에 있어야 할 들것이 경기장 밖 응급차 안에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배구연맹(KOVO) 운영요강 제10조(의무)에 따르면 운영 책임자는 응급 상황에 대비해 경기장 내에 자동심장충격기, 산소호흡기 및 들것을 비치하도록 돼 있다. 명백한 규정 위반이다.
의료진의 구성에도 문제가 있었다. 같은 조항에 따르면 경기장 내에는 의사 또는 응급처치사 1명과 간호사 1명 등 총 2명을 배치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현장에는 간호사 없이 응급처치사 역할을 하는 인력만 2명이 있었다. KOVO 관계자는 “(경기 운영을 책임지는) 안방팀 KGC인삼공사에 문의한 결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간호 인력 확보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했지만 팬들을 납득시키긴 어렵다. 여기에 선수 이송 과정에서 의료 인력은 1명밖에 없었고 의료 관련 전문 지식이 없는 안전 요원 등이 동원된 것에 대해서도 팬들은 고개를 가로젓고 있다. 한 배구 팬은 “선수를 보호하지 못하는 구단은 존재의 이유가 없다. 팀도 연맹도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전 불감증을 보여주는 사례는 17일 남자부 개막전이 열린 서울 장충체육관에서도 있었다. 코로나19 감염 예방 차원에서 관중 없이 최소한의 필수 인력만 참여해 치르는 경기에 대한민국배구협회와 구단 관계자 등 수십 명이 경기장을 찾은 것이다. 게다가 그중에는 사전 방문 신청조차 없이 온 사람들도 있었다고 한다. 거리 두기에 소홀한 모습도 여러 차례 목격됐다. 30일까지 무관중으로 경기를 치른다면서 KOVO가 개막을 앞두고 발표한 코로나19 대응 통합 방역 시스템이 공허하게만 보였다.
물론 V리그의 안전한 운영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이들도 많다. 그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게 해야 한다. 모처럼 찾아온 프로배구의 인기를 꺼뜨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좀 더 꼼꼼한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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