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사진은 ‘빼기의 예술’이라고 한다. 미술이 캔버스에 무언가를 채우는 것인 반면 사진은 펼쳐진 세상의 일부만을 골라 기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초보 시절엔 카메라 프레임에 이것저것 많이 담으려 하지만 어느 수준에 도달하면 군더더기 없는 사진을 추구하게 된다.
신문에 게재되는 사진도 사건의 한 단면을 단순화한 것이다. 대표적으로 인물 사진을 꼽을 수 있다. 짧은 시간 동안 사람의 특징을 잘 잡아내 표현해야 한다. 찍히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것저것 많이 보여주려고 애쓴다. 여유가 있으면 이야기를 나누며 내면의 모습을 담을 수도 있지만, 대부분 인터뷰에 허용된 시간이 길지 않아 10분 정도 후다닥 찍고 다음 취재 장소로 향한다. 그래서 주인공의 독특한 동작이나 소품 같은 키포인트를 찾아내는 게 중요하다. 깔끔한 배경을 찾는 것도 필요하다. 주변이 지저분하거나 산만하면 인물을 향한 시선이 분산된다. 인터뷰 사진을 잘 찍는 기자들은 이런 상황을 대비해 단색의 이동식 배경 천을 휴대하기도 한다.
뉴스가 되는 인물의 단체사진이나 기념사진도 ‘빼기’ 작업을 잘해야 한다. 나름대로 까다로운 과정이다. 카메라 앵글 속 사람들은 최대한 많이 찍히길 원하지만 기자는 핵심인물 위주로 찍어야 한다. 언론사 카메라에 찍히는 사람은 지위나 영향력이 꽤 높은 경우가 많다. 그래서 누구를 쉽게 빼고 찍을 수 없다. 잘못했다간 눈총 받기 십상이다. 그래서 찾아낸 묘안이 결혼식 사진처럼 여러 차례 나눠서 촬영하는 방법이다. 처음엔 그 행사에서 이슈가 되는 인물을 포함해 ‘소수 정예’만 찍는다. 그 다음은 사진에 담기려는 참석자 대부분을 찍는다. 이런 경우 신문에 게재되는 사진은 첫 번째다. 프레임에 들어가려는 참석자들의 노력과 최대한 인물 수를 줄이려는 기자의 의도가 만들어낸 타협안이다.
뉴스 현장 사진도 주변의 잡다한 것을 빼고 핵심만 보여주는 것이 본질이다. 많은 시민사회단체의 기자회견에서는 전달하고 싶은 문구를 현수막이나 피켓에 담아 행사를 진행한다. 손팻말이나 현수막에 들어있는 문구는 그날 전하려는 내용이다. 그래서 인물보다 글자를 잘 나오게 잘 찍으려고 노력한다. 사진 속 글자가 바로 메시지라서다. 고소 고발장 접수 현장이 그런 예다. 이 경우 봉투 겉면에 ‘○○○고소장’, ‘○○○고발장’이란 문구가 적혀 있다. 독자들의 시선도 사람보다는 글자를 향한다. 기자들도 더 강력한 인상을 주기 위해 문구를 더 크게 찍으려고 봉투 앞으로 다가가거나 카메라를 향해 서 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한다.
아예 사진을 한 장 더 붙이기도 한다. 달라진 모습을 설명할 때 과거와 현재 사진을 나란히 보여준다. 성형외과에서 광고로 활용하는 수술 전후 사진 비교처럼 말이다. 최근 이러한 기사는 지난해와 비교한 올해 국정감사장 모습이다. 예년 같으면 국정감사가 열리는 회의실 내부는 취재진으로 가득하고, 밖은 각 부처에서 나온 공무원들로 북적였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회의실 내부와 외부에 인원 제한이 있었다. 현장이 과거에 비해 한산하게 변한 것이다. 또 다른 장소는 이용객이 급감한 인천공항을 들 수 있다. 황금연휴나 여름방학을 맞아 해외로 나가려던 인파와 케이팝을 비롯해 한류 바람을 타고 한국을 찾으려던 외국인 관광객들도 사라졌다.
사진기자에게 2020년은 사라진 1년이면서 동시에 새로 생겨난 해다. 연초부터 발생한 코로나19로 그동안의 일상은 완전히 사라졌다. 과거라면 전국을 돌며 들썩이게 했던 국회의원 선거나 가을의 넉넉함을 가지고 고향으로 향했던 귀성 행렬 등은 올해 사진에서 찾아볼 수 없게 됐다. 달라진 환경에서 언택트와 뉴노멀이란 새로운 현상을 기록하기에 바빴다. 어느덧 10월의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올해 달력이 두 장밖에 안 남았다. 찍은 취재사진들을 다시 한번 살펴봤다. 여전히 본질에 가깝기보다는 더하기에 여념이 없었던 것 같다. 남은 기간만큼은 내 삶에 넘치는 게 없었는지 돌아보고 기본으로 돌아가 ‘빼기’, ‘비우기’에 충실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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