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차 전환기, 속 타는 부품사들[현장에서/변종국]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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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10회 자동차산업 발전 포럼 현장. 자동차산업연합회 제공
2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10회 자동차산업 발전 포럼 현장. 자동차산업연합회 제공
변종국 산업1부 기자
변종국 산업1부 기자
2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10회 자동차산업 발전 포럼에서는 국내 185개 자동차 부품사를 대상으로 한 ‘미래차 시대 대응 실태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미래차 전환기에 기업들이 미래차 관련 부품을 생산 또는 개발하고 있는지, 투자를 하고 있는지, 애로사항은 무엇인지 등을 살핀 것이다.

설문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국내 자동차 부품사 중 미래차 관련 부품을 생산하거나 개발 중인 기업은 39.6%에 불과했다. 기업 규모에 따라서 대비 정도에도 큰 차이가 났다. 매출 1000억 원 이상 기업들은 62.7%, 매출 500억 원 이상 1000억 원 이하의 기업들은 56.7%가 미래차 부품 생산 또는 개발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매출 500억 원 미만 기업들은 16.1%만 미래차 전환기를 대비하고 있었다. 전기차와 수소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대비에 작은 기업일수록 취약했다.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기업들이 시장에서 도태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부품 생태계가 흔들리는 건 국내 자동차 산업이 흔들린다는 의미일 수 있다.

기업들의 35.6%는 미래차 연구개발(R&D) 수행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로 자금 부족 문제를 꼽았다. 한 부품기업 관계자는 “정부가 미래차 지원 프로그램을 운용하고는 있지만, 신용 등급, 기업 재무 상태 확인 등 지원 요건이 까다롭고 높은 금리도 부담된다”고 말했다. 미래차로 전환해 보려는 부품사 중 56.8%는 내부보유자금을 활용하고 있었다. 조사 기업 중 70%는 정부 지원을 활용한 적이 없다고 응답했다. 정부 지원 프로그램이 현장에선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자동차 업계는 미래차 관련 부품을 생산하는 데 최소 3년에서 최대 6년 정도가 걸린다고 보고 있다. 부품 1개를 양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평균 13억1500만 원이라고도 추산한다. 오랜 기간 큰 금액을 투자해야 하는데, 기업들은 아직도 자금 확보를 못해 절절매고 있다. 투자 회수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최소 5년 거치, 10년 분할상환 등 특별 대출프로그램을 만들거나, 아예 금융권이 직접 투자하는 펀드를 만들자는 방안도 눈여겨볼 만하다.

정만기 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이날 “이상에 치우친 정책보다 현실적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00개의 보여주기 식 정책보다 기업들이 진짜 원하는 한 가지 정책이 더 실효성이 있다는 의미다.

자동차 부품사들은 수년간 지속된 제조업 침체로 이미 재정난에 허덕이는 상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또 한번 타격을 입었다. 미래를 준비하기엔 체력이 허약한 상태다. 하지만 부품 경쟁력 없이 미래차 강국은 불가능하다. 제대로 된 미래차 정책이 시급한 이유다.
 
변종국 산업1부 기자 bjk@donga.com
#자동차산업 발전 포럼#미래차 시대 대응 실태조사#미래차#제조업 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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