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퇴임 후 거취에 대해 언급한 것을 두고 정치권이 갑론을박을 벌이는 등 후폭풍이 거세다. 윤 총장이 ‘퇴임 후 국민에게 봉사하는 방법에 정치도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은 것 때문이다. 윤 총장이 퇴임 후 정치 참여 가능성에 단호하게 선을 긋지 않은 것은 신중하지 못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를 두고 여권에서 “검찰총장이 정치 행보를 보였다”는 식으로 공격하고, 야당은 대권주자로서의 기대감을 드러내는 것은 모두 온당치 못하다.
검찰총장 임기제는 1988년 여소야대 국회에서 검찰의 독립과 정치적 중립을 확고히 하겠다는 취지에서 도입된 것으로 1987년 민주화투쟁의 산물이다. 헌법이 직업 선택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기에 퇴임 후 정계 진출 금지를 강제할 수는 없겠지만, 그 취지와 정신은 지켜지는 것이 옳다.
검찰은 지금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옥중 폭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과 잇따른 감찰 지시 등으로 백척간두에 서 있는 형국이다. 여권이든 야권이든 현직 검사든, 그 누구도 봐줄 수 없는 처지이고 수사 결과로 이를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되는 절체절명의 상황에 처해 있다. 정치권은 검찰을 정치판에 끌어들여 오염시키는 행태를 중단해야 한다.
검찰 또한 이런 위기를 어떻게 타개해 나갈지 몸담고 있는 모든 이들이 뼈를 깎고 살을 베는 심정으로 중지를 모으고 검찰 독립의 의지를 다져야 한다. 수사 책임자인 서울남부지검장이 법무부 장관과 여당의 비난과 정치 공세에 항의사직을 했는데도 청와대와 법무부는 하루 만에 후임자를 임명해버리고, 검찰 조직원들도 아무 일이 없었던 것처럼 그냥 넘어가는 듯한 모습은 결코 정상적인 사회와 국가 조직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윤 총장 역시 대검찰청 앞 연도에 늘어선 지지자들의 격려 화환이나 국민 지지에 도취될 때가 아니다. 퇴임 이후를 고민할 때도 아니다. 9개월의 남은 임기가 끝나는 날까지 권력의 외압을 막고 검찰의 독립을 지켜내는 데 한 치도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이 바로 국민에 대한 최고의 봉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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