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어제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근 발언과 관련해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총장으로서 선을 넘는 발언이 있었다”며 “지휘감독권자로서 민망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라임자산운용의 전주(錢主)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옥중편지를 통해 검사 접대와 야당 인사 로비 의혹을 제기한 직후 검찰총장이 수사 지시를 못 하게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근거에 대해 “단순히 서신을 믿은 게 아니라 제보자(김봉현)의 주장이 정황과 부합하는 상황까지 이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추 장관은 막상 옥중편지 주장을 뒷받침하는 구체적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정권 관련 로비 의혹이 확대되는 중대 국면에서 부패범죄 수사를 엄정하게 하겠다는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박탈하는 조치를 취해놓고 그 근거를 제시하지 않는 것은 무책임하다.
그러면서 추 장관은 윤 총장을 겨냥한 감찰 카드를 다발적으로 꺼내 들었다. 대검 국감 당일인 22일 라임 사건에서 검찰의 검사 비위 은폐 여부 등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며 감찰을 지시했던 추 장관은 어제 옵티머스 사건에서도 윤 총장 감찰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했다가 수백억 원을 날린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의 수사 의뢰를 윤 총장이 지검장으로 있던 서울중앙지검이 무혐의 처리한 과정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추 장관은 라임 사건 관련 감찰 결과에 따라 윤 총장 해임 건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까지 밝혔다.
추 장관이 감찰 카드를 연이어 꺼내는 것은 윤 총장이 심각한 잘못에 연루돼 있다는 느낌을 확산시키는 효과를 노린 것일 수 있다. 하지만 감찰권이 오남용 되면 조직은 위축되고, 권력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수사팀이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다.
정작 감찰이 필요한 대상은 현 정권 수사를 막아온 친여 성향 검찰 간부들의 행태다. 추 장관 아들 관련 의혹 사건을 수개월간 뭉갠 수사 책임자들, 여권 인사들에 대한 로비 의혹 진술을 확보하고도 대검에 보고하지 않은 수사지휘 라인 등 여권 관련 수사를 고의적으로 막거나 해태한 검찰 간부들이 한둘이 아니다. 검찰이 외압을 받지 않고 공정하게 수사하도록 정치적 외풍을 차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임무인 법무부 장관이 오히려 권력 비리를 수사하지 못하도록 총장의 힘을 빼는 데 몰두하는 이런 기형적 상황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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