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민간 부동산 통계기관인 KB부동산의 시장지수 서비스가 석연찮은 이유로 지난주 중단됐다가 ‘정부 외압’ 논란이 일자 그제 재개됐다. KB부동산의 아파트 매매, 전셋값 통계가 정부 공인 한국감정원 통계보다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나고, 국감에서 부동산 정책 당국자들이 감정원 통계를 내세워 시장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를 했다가 야당의 비판을 받은 뒤 벌어진 일이다.
KB부동산은 매주 내던 ‘주간 매매·전세 거래지수’ 제공을 중단한다고 지난주 공지했다. 중개업소 대상으로 매주 설문조사해 거래가 얼마나 활발한지 파악하는 지수로 시장 분위기를 신속히 보여주는 자료다. 그러면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한국감정원 거래현황 통계자료 이용을 권장한다”고 덧붙였다. 당장 ‘정부 눈치 보느라 서비스를 중단했다’는 누리꾼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그러자 KB부동산은 “다시 자료를 제공한다”며 결정을 뒤집었다.
이번 소동은 정부의 통계 왜곡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얼마나 깊은지 확인시켜 줬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다수의 민간 통계에서 전세 거래가 줄었는데도 “전세 실거래 통계가 늘고 있다”고 했다가 시장 현실을 무시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국감에서 민간 통계와 정부 통계의 차이가 크다는 지적에 “KB부동산 통계는 ‘호가’ 중심이어서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며 신뢰도를 깎아내렸다.
현 정부 들어 통계 분식, 왜곡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기대한 것과 달리 소득분배가 나빠진 통계가 나오자 통계청장을 교체하고, 새 통계청장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게 조사 방식을 바꿨다. 정부가 불편해할 통계 제공을 KB부동산이 중단하려 하자 ‘정부가 또 압력을 넣었나 보다’라고 국민이 의심하는 건 어찌 보면 정부가 자초한 현상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그제 “실거래 현황이 정확히 반영되는 공공 통계”를 주문했다. 아전인수 통계 활용은 정책을 잘못된 방향으로 끌고 갈 뿐 아니라 정책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키운다. 더 이상의 ‘통계 흔들기’는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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