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내년부터 시작해 모든 주택의 공시가격을 2030년까지 시세 대비 90%까지 올리겠다는 방안을 어제 내놓았다. 현재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토지가 65.5%, 단독주택은 53.6%,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69.0%다.
공시가격은 세금부과의 기준이 되는 것으로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올리면 집값은 그대로여도 재산세 부담이 가중된다. 또한 각종 부담금, 건강보험료의 부과 기준이면서 복지수급자를 선정하는 자료로도 활용돼 공시가격 조정으로 기초생활수급 대상자에서 탈락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처럼 민생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만큼 공시가격 조정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더구나 공시지가는 세율과 달리 행정부가 임의로 조정할 수 있어 스스로 통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부 방안대로 모든 주택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최종 90%까지 올리면 중저가 부동산일수록 세금 인상폭이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현재 6억∼9억 원 아파트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67.1%인 데 비해 15억 원 이상 아파트는 현 정부 들어 많이 올라 이미 80%에 육박한다. 당정은 중저가 주택 세금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하지만 이 역시 형평성 논란을 불러올 것이다.
주택종류별로 현실화율이 너무 달라 같은 가격의 집에 살면서 세금을 다르게 낸다면 부당한 일이다. 그렇다고 해도 공시가격 인상에는 반드시 충족되어야 하는 전제조건들이 있다. 우선 공시가격 산정에 대한 불신 해소다. 올해 5월 감사원이 주택 공시가격 산정에 대해 감사를 벌인 결과 엉터리 사례가 수두룩했다. 토지 공시지가가 토지와 주택을 합친 주택 공시가격보다 더 높게 산정되는 황당한 경우가 전국 단독주택의 5.9%인 22여만 호나 됐을 정도였다.
시기와 폭도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현 정부 들어 세금이 아니라 징벌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보유세 양도세 취득세 할 것 없이 전방위적으로 부동산 세금폭탄을 퍼부었다. 공시가격도 이미 오를 만큼 올랐다. 2018년 5.5%, 지난해 9.1%나 급등했다. 서울은 작년에 18%나 올랐다. 시기적으로 봐서도 어느 때보다 경기침체를 겪고 있는 때에 국민 주머니에서 세금을 더 거둬 가면 소비지출에 악영향을 줄 게 뻔하다.
한국감정원과 각 지자체의 공시지가 산정 능력을 높여 산정 결과에 대한 신뢰를 높인 다음, 부동산 세율 인상의 쇼크가 어느 정도 진정된 다음, 경기 회복이 어느 정도 이뤄진 다음에 공시가격 현실화율 조정을 검토해도 결코 늦지 않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