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 요코하마 스타디움. 기자회견 시작부터 날 선 질문들이 쏟아졌다. 이날은 일본 정부가 내년 도쿄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야외 경기장 내 관객 밀집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연관성 실험을 하기로 한 첫날이었다. 관객을 수용 가능 인원 3만4000명의 80%(10월 30일), 90%(31일), 100%(11월 1일)까지 각각 채워 관객의 밀집도와 흐름을 보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일본 정부는 야구 경기 등 대규모 행사에 대해 수용 인원의 50%까지만 입장을 허용해왔다.
일본 정부의 승인 아래 이번 실험에는 정보기술(IT) 업체 NEC, 라인 같은 기업부터 가나가와현 등 지자체까지 참여했다. 이산화탄소 농도 측정기 32대, 폐쇄회로(CC)TV, 풍향계까지 설치했다. 환기 여부, 사람들의 밀집도와 행동반경 등을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기존 50% 관객 입장 시 하던 방역 대책 이외에 추가 방역 조치는 없었다. 관중 증가로 인한 감염이 우려된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기무라 요타(木村洋太)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 부사장은 “이번 실험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기술 보급이 가능한지 파악하는 실증 실험으로 추가적인 감염 방지 대책과는 무관하다”는 말만 강조했다.
이미 실증 실험 전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관중을 대상으로 ‘인체 실험’을 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비난이 쇄도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여성 야구팬도 “통제가 안 될 것 같다. 위험을 감수해야 할 것 같아 무섭다”며 입장을 망설이기도 했다.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실제 경기장에선 관중이 다닥다닥 붙어 앉았고 선수들이 안타를 치거나 득점을 하면 팬들이 일어나 함성을 질러 경기 진행 요원들이 달려와 “소리 지르지 말아 달라”며 호소하는 모습이 여러 차례 목격됐다.
이번 실증 실험의 목적은 도쿄 올림픽이다. 내년 개최를 앞두고 관객 수용 정도를 가늠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의료 관계자들은 관중을 가득 채운 경기 운영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반응이다. 오자키 하루오 도쿄도의사회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도쿄 올림픽 경기에 관중을 받는 것에 대해 “(현재 코로나19 감염 상태로 판단하면) 종래대로 세계에서 관객을 맞는 건 한없이 어렵지 않나”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 바 있다.
일본의 코로나19 감염자 수는 이미 10만 명을 넘어섰고 일일 확진자 수도 800명대로 다시 올라서 여전히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서도 추가 방역 대책 없이 야구 관객들을 대상으로 무리한 인체 실험을 하는 것은 도쿄 올림픽 개최 명분을 쌓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거둘 수 없다. 올림픽 개최가 국민의 안전보다 우선순위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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