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정국의 분수령이 될 내년 4월 보궐선거, 특히 서울시장 선거의 가장 큰 변수는 무엇일까. 여야는 물론 보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공통적으로 꼽는 변수 중 하나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출마 여부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안 대표가 보수 단일 후보로 나서느냐다.
하지만 정작 안 대표는 물론이고 최소한 내년 보선까지 국민의힘 선거 전략을 지휘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생각은 좀처럼 알기 어렵다. 안 대표는 “서울시장은 관심 없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내고 있다. 김 위원장도 안철수 서울시장론을 꺼내면 거의 대꾸도 안 하는 분위기다.
문제는 이런 반응이 100% 진심은 아닐 것이라고 사람들이 여기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데 있다.
실제로 김 위원장과 안 대표는 이른바 ‘안개 정치’에 일가견이 있다. 좋게 말하면 ‘전략적 모호성’이겠지만, 다른 말로 하면 정치적 불확실성이 다른 정치인보다 높다는 것이다. 안 대표는 2011년 정치 입문 후부터 대선 출마를 놓고 막판까지 OK 사인을 내지 않다가 선거 3개월을 앞두고 출마했다. 그 후 주요 고비마다 기조나 노선이 아리송했다. ‘안철수의 새 정치’가 그 정체를 알기 어려운 미스터리 중 하나라는 농담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김 위원장은 총선 전 선대위원장 수락 여부를 시작으로 비대위원장을 맡을지를 놓고 보는 사람을 애간장 타게 할 정도의 줄다리기를 벌였다. ‘김종인이 생각하는 서울시장, 대선 후보가 누구냐’는 스무고개 퀴즈는 나온 지 수개월 됐지만 아직 여의도에서 그 답을 아는 사람이 없다.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적당한 긴장감과 호기심은 흥행을 위해 전략적으로 나쁠 건 없다. 다만 지금 보수야권 사정이 무슨 연애하듯 밀당(밀고 당기기)을 즐길 만한 여유가 없다는 데 김종인, 안철수 두 명이 내뿜는 안개 정치의 딜레마가 있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온갖 욕을 먹어가면서도 당헌 개정 투표를 밀어붙이면서 내년 보선의 불확실성을 하나하나 제거해가고 있다. 청와대는 연말 연초면 서울시장에 나서는 장관들을 정리해 길을 터줄 예정이다. 왜 그러겠나. 그만큼 보수야권에 비해 ‘정치 동물’인 여권 사람들은 내년 선거의 중요성을 온몸으로 절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안팎에서도 많은 사람이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서울에서 오래 의정 생활을 한 전현직 중진들도 있고, 혜성처럼 떠오른 초선 의원도 있다. 민주당을 탈당한 금태섭 전 의원을 거론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이 후보들이 과연 차기 대선판을 좌우할 서울시장 선거의 필승 카드냐고 묻는다면 김 위원장은 속 시원하게 답할 수 있나.
안 대표도 스스로에게 더 솔직해져야 한다. 두 차례 대선에 도전했던 안 대표가 성패가 불분명한 두 번째 서울시장 도전에 나서는 것 자체가 고민스러울 수 있다. 실패하면 회복 불능의 상처를 입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선이 최종 목표라 해도 부족한 정치적 행정적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서울시장이 안 대표에게 이 시점에서 현실적 목표가 되어야 한다는 사람이 적지 않은 사실 역시 엄중하게 봐야 한다.
내년 보선을 기점으로 시작되는 차기 대선 열차가 벌써 출발했다. 김종인 안철수, 껄끄럽더라도 두 사람은 일단 만나야 한다. 그래서 야권의 보선 키 플레이어로서 각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하려는지 소통하고 설명하는 게 유권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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