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끼리 이자 주고받는 건 말려주세요[오은영의 부모마음 아이마음]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3일 03시 00분


<115> 또래 간 돈거래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진료 중에 만난 중학교 1학년 아이가 친구에게 버스요금 1000원을 빌렸다가 얼마 뒤 이자로 인해 2만2000원을 갚아야 하는 사태가 벌어졌단다. 그 친구는 아이의 엄마를 찾아와 돈을 요구했다. 아이의 엄마는 일단 “아줌마가 너에게 돈을 주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알아보고 주겠다”고 말하고 돌려보내고 나를 찾아왔다. 기본적으로 또래끼리 돈을 빌려주고 받거나, 물건을 사고파는 행위는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이에게 학교는 비즈니스를 하는 곳이 아니며, 물건을 사고파는 행위는 나중에 학교를 졸업한 후에 해야 한다고 말해준다. 학생 신분으로 한다면 벼룩시장과 같이 좋은 목적으로 해야 한다고 일러준다. 아이에게 “너희는 아직 성장 중이기 때문에 물건을 싼값에 살 수 있는 작은 이득이 있을 수는 있지만, 분쟁이 생기면 서로 마음에 상처를 입고 친구관계가 나빠지거나 학교생활이 어려워질 수도 있어”라고 분명하게 말해준다.

버스요금 같은 것을 빌려주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기본적으로 친구 간에 좋은 마음으로 그냥 주는 거라고 지침을 준다. 친구에게 “걸어가기에는 너무 먼 거리니까 내가 그냥 내줄게. 갚을 필요는 없어. 내가 다음에 또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어. 나도 용돈을 적게 받거든. 오늘은 내가 여유가 있으니까 한 번은 내줄게”라고 말하고 절대 받지 말라고 한다. 만약 내가 빌려야 하는 상황인데 친구가 “내가 버스비 내줄게. 너 갚아”라고 얘기하면, “괜찮아. 호의는 고마운데 그냥 걸어갈래. 정말 고마워”라며 거절하라고 알려준다. 물론 친구가 농담처럼 갚으라고 말하는 것까지 그럴 필요는 없다. 꼭 그 돈을 빌려야 할 때는 웃으면서 “이자는 안 받을 거지? 나 이 돈만 내일 꼭 갚을게”라고 확인하도록 한다.

돈거래는 아이들 사이에서도 미묘하면 문제가 된다. 친구 중에 버스요금 1000원을 빌려주고 하루 이자가 1000원이라고 말하는 아이가 있다면, 진지하게 “이건 아닌 것 같아. 어제 빌려준 것은 정말 고마웠지만 이건 아닌 것 같아. 일단 원금만 갚고, 내가 고마움은 따로 표현할게”라고 말하고 다음 날 먹을 것을 사주든지 해서 마무리를 짓는다.

앞의 사례에서처럼 내 아이가 빌린 돈을 갚으라면서 친구가 집으로 찾아왔다면, 원금만 돌려주는 것이 옳다. “너희들 나이에 이자를 받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우리 아이가 빌려간 돈이 얼마니?” 확인을 하고, 그 돈을 내 아이한테도 확인한다. 그리고 “그렇지만 네가 손해라고 생각할 테니까 아줌마가 너에게 필요한 학용품 같은 것을 고마움의 표현으로 준비했어”라고 말하면서 선물을 하나 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 친구한테 그런 부분에 대해서 조금 설명도 해준다. 이때 너무 장황하게 설명하면 잔소리한다고 생각할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친구들 사이에서는 좋은 마음으로 친구가 돈이 급할 때 빌려줄 수도 있는데, 이자를 받아서 원래 빌려 준 돈보다 더 많이 달라고 하는 것은 너희 나이에 옳지 않아”라고 말해준다. “어른들은 그러잖아요”라고 말하면, “어른들도 다 옳은 것은 아니야. 돈을 벌 목적이라면 친구한테 빌려주면 안 돼. 그냥 좋은 마음으로 빌려주고, 준 만큼만 돌려받는 거야. 아줌마가 가르쳐줬으니까 앞으로는 안 그랬으면 좋겠어”라고 설명해준다. 아이들이 이런 돈거래를 하는 것은 교사가 알고 있는 것이 원칙이다. 초등학생의 경우 담임교사에게 말해서 수업 중에 돈의 관리나 거래 등에 대해 가르치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한다. 교사에게 말할 때는 반 전체 아이들을 대상으로 가르쳐 달라고 부탁한다. 빌린 아이나 빌려준 아이가 타깃이 되면 따돌림을 받을 수도 있다.

중고교생의 경우 빌려준 아이의 부모한테 말하는 것보다 담임교사에게 먼저 말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 내막을 소상히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담임교사가 아이들을 불러서 상황을 알아본 후, 필요하다면 담임교사가 빌려준 아이의 부모에게 전화를 하도록 한다. 교사는 “학교에서 이런저런 일이 있었습니다. 한번 아이에게 슬쩍 알아보세요” 정도로 말하고, 전화를 받은 부모는 아이를 혼부터 내지 말고 “듣자 하니 요즘 너희 반에 교실 안에서 물건을 사고팔고, 돈을 빌려주고 빌리는 일이 많다고 하던데 너도 혹시 그런 일 있었니?” 정도로 물어주면 좋겠다. 그리고 일반적인 이야기를 하듯 또래 간 돈이나 물건을 거래하는 지침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었으면 한다. 잘못하면 서로 고자질쟁이가 되어, 아이들 간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돈거래#초등학생 경제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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