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과세기준을 강화하려던 계획을 철회했다. 내년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동학개미’ 표를 의식한 여당의 요구가 먹힌 것이다. 주택 공시가격을 시세의 90%까지 높이겠다는 계획은 예정대로 밀어붙이되, 공시가 6억 원 이하 중저가 주택에 대해서만 3년간 재산세를 깎아주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정부는 양도세 대주주 기준을 2018년 15억 원, 올해 10억 원, 내년 3억 원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3년 전 확정해 실행해왔다. 그러나 올해 대거 주식 투자에 나선 ‘동학개미’들이 주가 하락 우려를 이유로 불만을 표시하자 민주당이 정책 뒤집기를 요구했다. 계획대로 추진을 주장한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결국 여당 안을 받아들이고 어제 ‘책임지겠다’며 사직서를 제출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즉각 반려했다. 정치적 득실을 고려해 정책을 뒤집은 여당만 득의양양해하고 있다.
4월 총선 이후 과반 의석을 차지한 슈퍼 여당과 정부 간 힘의 균형이 깨지면서 정책이 삐걱대고 정치 논리에 오염되는 일이 잦아졌다. 2차 재난지원금과 관련해선 청년·노인층에게만 통신비를 주려던 정부 계획을 여당, 청와대가 ‘전 국민 지급’으로 바꿨다가 여론이 나빠지자 결국 선별 지급했다. 현 정부 들어 급격한 예산 증액과 코로나19를 빌미로 한 무분별한 재정 지출 확대로 급증한 국가 채무를 통제하려고 정부가 만든 ‘재정준칙’은 여당의 반발에 부닥쳐 유명무실해졌을 뿐 아니라 국회 통과마저 불투명한 상황이다.
내년 재·보궐선거, 후년 대선이 다가올수록 ‘정치 셈법’에 따른 여당과 청와대의 정책 주문은 더 늘어날 것이다. 정책의 과도한 정치화를 경계하고 균형을 잡아야 할 책임은 경제부총리에게 있다. 하지만 홍 부총리는 정치 논리에 밀려 정책 판단을 자주 뒤집는 바람에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선거 유불리만 따지며 편가르기식 경제정책에 골몰하는 집권당과 소신도 원칙도 팽개친 경제부처 책임자들이 국정불신 심화를 자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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