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회 무시’ 비판받고도 또 국감 집단 불출석한 靑의 오만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5일 00시 00분


청와대 참모들의 집단 불출석으로 한 차례 연기됐던 국회 운영위원회의 청와대 국정감사가 어제 열렸으나 김종호 민정수석비서관, 유연상 대통령경호처장 등 5명이 또다시 불출석했다. 김 수석비서관 등은 불출석 사유로 이런저런 업무상의 이유를 들었지만, ‘국회 무시’라는 비판을 받고도 그러한 비판마저 깔아뭉개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김 수석비서관은 그동안 민정수석은 국감에 출석하지 않는 것이 원칙과 관례였다는 이유를 들어 출석하지 않았다. 하지만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근무했던 이모 변호사가 옵티머스 펀드 사기사건에 연루돼 있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잇따른 수사지휘권 발동으로 인한 일선 검사들의 반발 움직임 등 민정수석실 소관의 주요 현안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출석을 거부한 것은 무책임한 처사다.

민정수석의 국회 불출석을 용인해온 관행도 재고해야 한다. 과거에는 검찰 등 사정기관 관련 정보가 국회에서 거론되는 것을 피하겠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지금은 청와대가 사정기관 운용에 개입하지 않는 게 맞다면 굳이 국감을 피할 이유가 없다.

어제 청와대 국감에는 노영민 비서실장과 김상조 정책실장, 서훈 국가안보실장 등 3실장은 모두 출석했지만 거의 모든 현안에 대해 두루뭉술한 답변으로 피해나갔다. 문재인 대통령이 메신저를 통해 임기를 지키라고 했다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국감 발언에 대해 노 실장은 “인사에 관련된 사안은 말씀드릴 수 없다”며 입을 닫았다. 여느 때보다 국민의 관심이 높은 현안들이 있었는데도 집단 불출석에다 무성의한 답변으로 맹탕 국감을 만든 청와대의 행태는 자신들이 여전히 성역이라도 되는 것처럼 착각하며 국회를 무시하는 오만의 극치다.
#청와대 참모 집단 불출석#2020 국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