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kg 김정은[횡설수설/이진영]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5일 03시 00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36)의 건강 정보는 최고 기밀이다. 김정은이 피우던 담배꽁초를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재떨이를 받쳐가며 챙기는 모습이 포착됐을 때 DNA 정보가 새나갈까 그런다는 관측이 나왔다. 그런데 국가정보원이 그제 국정감사에서 “김정은의 몸무게는 2012년 90kg에서 지금은 140kg대”라고 추정했다. 키가 170∼172cm로 알려졌으니 초고도비만인 셈이다.

▷씨름 선수로 치면 집권 초반은 한라급(90.1kg 이상), 8년이 지난 지금은 백두급(140kg 이하)에 가깝다. 이만기가 한라급, 강호동이 백두급이었다. 체형을 보면 근육량이 많은 씨름 선수보다는 일본 스모 선수와 비슷하다. 스모 선수들의 평균 몸무게는 150kg. 공복에 운동하고 1만 Cal를 폭식한 후 바로 자는 방법으로 늘린 체중이다.

▷김정은의 급격한 체중 증가에 대해 정보당국 관계자는 “업무 스트레스 등으로 폭음 폭식을 많이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많이 먹어서 찔 수도 있지만 건강하지 않아서 살찌는 증세가 나타나는 것일 수 있다”(박용우 강북삼성병원 교수). 140kg이면 한국 평균 체중(77.3kg)인 남성이 60kg짜리 쌀가마니를 하루 종일 지고 다니는 것만큼 관절과 허리에 무리를 준다. “그 정도 체중이면 입 안쪽과 혀에도 살이 쪄 기도가 좁아 반듯이 누워서 자기 힘들다. 모로 눕거나 어딘가에 기대어 앉아 잘 것”(오한진 을지대병원 교수)이란 추정도 나온다.

▷김정은의 건강은 유럽 유학을 다녀온 북한 최고의 의료진 10여 명이, 식사는 김정일 시대에 선발된 요리사들이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고 존엄에게 다이어트 처방과 식단을 강요하긴 어렵다. 2018년 한국 특사단이 만찬 자리에서 김정은에게 “담배는 해롭다”고 말하자 배석한 김여정 등이 마비된 듯 얼어붙었다는 일화가 있다.

▷국정원에 따르면 김정은의 군 계급은 ‘원수’에서 ‘대원수’로 곧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공식 계급으로서 대원수는 프랑스와 북한에만 남아 있는데 김일성은 죽기 2년 전, 김정일은 사후에 추서됐다. 김정은은 30대 중반에 체중이나 계급이나 극한까지 올라간 셈이다.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는 폭식가에다 술과 담배도 달고 살았다. 동유럽을 소련에 팔아먹었다고 비난받는 1945년 얄타 회담의 주역인 처칠과 미소(美蘇) 정상 3명 모두 심혈관 질환을 앓고 있었는데 특히 영미 리더들의 병세가 좋지 않았고 이것이 회담에 영향을 주었다는 해석이 있다. 김정은의 건강 상태는 한반도 정세를 흔들어놓을 변수다. 늘어나는 김정은 몸무게에 정보기관들의 눈이 쏠려 있는 이유다.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
#김정은 급격한 체중 증가#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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