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모적인 노사관계를 청산하고 생산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노사관계를 열어나가는 성공적인 회동이었다.”
지난달 30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만난 현대차 노동조합의 자평이다. 정 회장은 이날 회장 취임 16일 만에 울산공장에서 현대차 노조위원장과 점심을 함께 하며 대화를 나눴다.
한 번의 만남으로 획기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현대차 노사가 새로운 길에 들어선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사측에서도 노조는 생산성과 품질 향상에 힘쓰고 회사는 고용 안정으로 화답하는 새로운 노사관계에 대한 기대가 나온다. 정 회장도 이번 노사 회동에서 “고용 불안을 없애는 데 함께 노력하자”고 말했다.
현대차에서 노사관계는 오래된 약점이면서 풀기 힘든 난제로 꼽혀 왔다. 정 회장으로서는 직접 노조를 만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만남이 성사된 것은 올해 현대차 노조가 분규 없이 기본급을 동결하는 임금협상에 일찌감치 합의한 것이 주요한 배경이 됐을 것이다.
올해 들어 현대차 노조는 극심한 노사 갈등이 기업 이미지를 실추시킨다는 점을 인식하고, 차량 품질 문제에는 노조도 일정 부분 책임을 져야 한다는 태도 변화를 함께 보여줬다. 고객에게 외면 받으면 회사와 노조 모두 큰 손실을 입게 된다는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무분규 임금협상도 그 연장선에서 가능했던 것이다.
현대차가 일찌감치 임금협상을 끝내면서 완성차 업계에서는 올해 전반적인 무분규 임금협상에 대한 기대가 컸다. 하지만 3일 기아자동차 노조는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가결시키면서 파업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한국GM 노조는 최근 두 차례의 부분 파업을 진행했다.
무엇을 위한 파업일까. 결국 노조가 원하는 것은 고용 안정과 임금 인상일 것이다.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 속에 최근 현대차 노사가 택한 길은 이런 요구가 투쟁을 통해 달성되는 것만은 아님을 보여준다. 각자의 역할과 책임을 인정하면서 서로 힘을 모아 미래를 준비한 뒤에 그 성과를 나누자는 것이다.
어떤 길을 선택할지는 각 기업 노조의 자유다. 선택에 따른 결과도 각자의 책임이다. 투쟁과 파업은 이제 고객들로부터 비난받는 행동이 됐다. 오랜 실적 부진으로 생사의 기로에 서 있는 쌍용자동차 노조는 이제 ‘투쟁’을 외치지 않는다. 앞으로 나올 신차의 성공에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려 애쓸 따름이다.
최근 기아차 노조의 소식지에서는 “압도적인 가결로 현대·기아차의 숨통을 끊어버리자”는 목소리도 있었다. 기업의 숨통을 끊고 나면 그 기업에 몸담고 있는 근로자는 어디로 갈 수 있을까. 정당한 요구인지, 소모적인 다툼인지, 이제는 냉정하게 돌아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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