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눈앞 다가온 바이든 시대, 북핵-동맹 韓美 조율 서둘러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6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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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선거는 이제 법정싸움이라는 터널로 접어드는 양상이다. 그러나 이제까지 개표 결과로는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된다. 우편투표를 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소송 제기 등 불복 움직임 탓에 당분간 혼란은 불가피하겠지만 바이든 후보가 선거인단 과반 확보를 눈앞에 두고 있는 터라 판세를 뒤집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제 미국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에 따른 거대한 변화의 물결을 예고하고 있다.

바이든 시대의 개막은 트럼프 대통령 4년의 과속과 일탈을 끝내고 정상으로 복귀하겠다는 선언을 의미한다. 물론 트럼프 행정부 출범 때처럼 요란한 변화는 아니겠지만, 분열과 갈등의 치유를 내건 바이든 정책은 ‘트럼프 정책만 아니면 뭐든(ABT·Anything But Trump)’ 형태를 띨 가능성이 높다. 당장 국내적으로는 트럼프식 차별과 배제가 아닌 포용과 통합이라는 미국적 정신의 회복을 위한 전면적 정책 변화로 나타날 전망이다.

바이든 후보가 강조하는 미국적 가치의 회복은 대외관계에서도 드러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메리카 퍼스트’를 내세우며 국제기구와 협약을 무시하고 동맹관계마저 주판알을 튕기며 따졌다. 반면 바이든 시대가 시작되면 규범과 가치를 중심으로 한 자유주의적 국제주의 노선으로 복귀하면서 글로벌 리더로서 적극적 역할에 나설 것으로 기대된다.

한반도 정책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대북정책에서 ‘톱다운’식 북-미 대화에 대한 기대는 접어야 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깡패’라고 부르는 바이든 후보다. 북한의 완전 비핵화와 인권 개선 없이는 제재와 압박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여권에선 “빌 클린턴 행정부 3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오지만, 북한 핵개발 초기였던 2000년대 초와 지금의 미국 민주당이 느끼는 심각성과 해법은 천양지차다. 방위비분담금 같은 한미 간 동맹 이슈에선 한결 소통이 원활해질 수 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 못지않은 대중(對中) 강경 자세는 한국을 더욱 곤란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만들 것이다.

미국의 행정부 교체는 흔히 한반도 정세의 격동을 가져왔다. 아직 미국 대선 결과가 확정되지 않은 만큼 정부는 다양한 비공식 채널과 인맥을 가동해 예비 행정부의 속내를 정확히 파악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이를 토대로 산적한 동맹 이슈와 대북정책까지 조용한 조율에 나서야 한다. 그것도 없이 편의적 낙관론부터 펴는 일은 없어야 한다.
#바이든#북핵#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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