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수사가 시작되자 여권 지도부와 법무부 장관이 동시다발적으로 나서 검찰 수사 중단을 압박하고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어제 검찰 수사를 “정치 수사이자 검찰권 남용”이라고 규정하면서 “검찰은 위험하고도 무모한 폭주를 당장 멈춰주길 바란다”고 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도 “검찰이 수사권을 남용해 국정 운영에 개입하는 건 위험 수위를 넘는 국정 흔들기”라고 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그제 “(야당 고발에 의한) 청부 수사”라는 여당 의원의 국회 질의에 대해 “각하감이다. 적기에 감독권자로서 필요한 부분을 고민해 보도록 하겠다”며 추가적인 수사지휘권 발동을 시사했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자마자 정권 핵심부가 총동원되다시피 검찰을 압박하고 나선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들 만큼 노골적인 개입이다. 여권은 탈원전 수사를 ‘정치 수사’로 몰아붙이지만 논리적 근거가 희박하다. 검찰 수사는 감사원 감사 결과 이첩과 고발장 접수에 따라 시작된 것이다. 검찰이 그제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등을 대대적으로 압수수색할 수 있었던 것도 법원에서 수사의 근거를 인정하고 검찰이 청구한 압수수색영장을 대부분 발부했기 때문이다.
감사원 감사에서는 산업부가 문재인 대통령의 탈원전 정책 기조에 맞추기 위해 원전 조기 폐쇄의 근거가 된 경제성을 낮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과정에서 직권남용, 자료 조작 같은 위법행위가 있었는지 수사로 밝혀야만 한다. 월성 1호기를 4년여나 서둘러 폐쇄한 과정에 권력의 부당한 지시가 있었는지, 가동 중단에 따른 경제적 손해를 알면서도 이를 묵인 또는 방조한 이들의 책임까지 낱낱이 파헤쳐야 한다. 또 감사 과정에서 산업부 공무원들의 자료 폐기 및 그 배후에 대해서도 진상 규명과 엄정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
여권의 검찰 흔들기는 법치주의를 심각히 훼손할 지경에 이르렀다. 만약 추 장관이 탈원전 수사 중단 지시나 그에 준하는 사건 배당 또는 수사팀 변동을 통해 수사를 방해한다면 검찰 독립을 대놓고 팽개친 행위로 지탄을 면치 못할 것이다. 검찰은 정치적 오해와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오로지 법리에 충실하되, 흔들리지 말고 진실을 향해 수사에 매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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