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은 5일 국회에서 박원순 오거돈 전 시장의 성범죄로 치러지는 내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비용 838억 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큰 예산이 소요되는 사건을 통해 역으로 국민 전체가 성인지(性認知)에 대한 집단학습을 할 기회가 된다”고 답했다. 이 장관 자신이 성인지 감수성 이전에 일반적인 인지적 감수성이나 있는지 의문이 드는 궤변이다.
▷이 장관의 답변이 알려지자 오 전 시장 성범죄 피해자는 “내가 학습교재냐”며 “역겨워 먹은 음식까지 다 토했다”고 절규했다. “성범죄는 자기들이 저질러놓고 성인지 학습은 국민한테 받으라고 한다”며 적반하장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보궐선거에 성인지 학습을 갖다 붙인 견강부회를 받아들이자면 보궐선거에 전적인 책임이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지 못하게 하는 것만큼 확실한 성인지 학습 방법도 없다.
▷이 장관은 올 8월 국회에서는 “박원순 오거돈 사건이 권력형 성범죄냐”는 질문에 “수사 중인 사안에 죄명을 규정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답했다. 다른 부처의 장관이라면 몰라도 여가부 장관만은 그렇게 답해선 안 된다. 왜냐하면 그것은 여가부의 존재 이유를 묻는 것이나 다름없는 질문이기 때문이다. 그때는 대답을 회피해놓고 지금 와선 ‘성인지 학습 기회’ 운운하니 황당할 따름이다.
▷이 장관은 지난해 8월 장관으로 내정됐다. 대구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로 여성평화외교포럼이란 시민단체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었지만 교수로도 시민단체 대표로도 눈에 띄는 활동으로 주목받은 적이 없는 인물이어서 그의 임명은 지금까지도 미스터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올 6월 정의기억연대의 회계부정 의혹이 불거졌을 때 이 장관은 국회에의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 청와대 눈 밖에 안 나게 알아서 긴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여가부 내 소통도 안 돼 이 장관과 떳떳이 자료 제출을 해야 한다는 일부 간부들의 의견이 대립하다 12일이나 지나서 일부 자료 제출로 타협했다. 올 7월 박 시장 사건이 터졌을 때는 여가부의 입장문을 내야 한다는 의견을 이 장관이 틀어막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가부가 한 해 쓰는 돈이 약 1조2000억 원이다. 여성을 내세워 막대한 돈을 쓰면서 반(反)여성적인 입장만 반복하고 ‘성인지 학습 기회’ 같은 궤변을 늘어놓는 여가부는 왜 있어야 하는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이 장관 취임 이후 한때 여가부 폐지 청원이 10만 명을 넘었다. 여가부는 외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부서로 국민의 특별한 신뢰가 없으면 존재하기 힘들다. 신뢰를 회복하려면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답은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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