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신과 닮았다’[2030 세상/도진수]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10일 03시 00분


도진수 청백 공동법률사무소 변호사
도진수 청백 공동법률사무소 변호사
대학 시절 철학을 전공하면서 ‘죽음’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가 많았다. 공부가 깊지 않았기 때문에 ‘죽음’에 대한 근원적인 답을 얻을 수 없었고, 결국 ‘신은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으로 귀결되었다. 철학자가 되겠다는 꿈을 포기한 이후 신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가 없었는데, 의뢰인들의 다양한 인생을 대신 사는 과정에서, 돈은 신과 너무나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미국의 설화·신화 연구가인 스티스 톰프슨에 따르면 전 세계의 신화, 구전설화 등에 등장하는 신의 속성은 19개로 정의된다. △모든 것을 알고 있음 △모든 것을 굽어살핌 △변하지 않음 △모든 능력을 지님 △어디에나 존재함 △영구히 존재함 △고결하고 거룩함 △잠을 자지 않음 △형태가 없음 △유일함 △깨끗하고 청결함 △완벽 △사랑 △선량함 △정의 △정의롭지 않음에 분노함 △죽기도 하고 태어나기도 함 △자비와 정의 사이의 충돌 등이다.

돈의 속성은 신과 닮아 있다. 당사자 간 매개체이므로 어떻게 이동하게 되었는지 알고 있고 화폐는 계속 변하지만, 물물교환의 매개체로의 돈은 영구히 존재한다. 돈은 어디에나 존재하며 잠을 자지 않는다. 돈은 인간의 생로병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전능하고, 모든 인간이 생존을 위해 벌고 쓰는 유일한 매개체로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하기도 한다. 인간이 어떤 잘못을 저지르는 경우 돈이 배상 혹은 처벌의 단위가 된다는 면도 닮았다.

신의 부름에 쓰일 수 있도록 자신을 정결하게 하고 교리를 지키는 것처럼, 많은 돈의 부름에 쓰일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부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절대 돈을 우상화하여 숭배하고, 돈의 노예처럼 맹목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잘못된 종교인들이 그러하듯 그런 행동은 신조차 외면할 구애 방식이다.

어떻게 돈의 부름에 쓰일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돈을 좇지 말고 사람을 좇아라’라는 격언은 모든 것을 함축하는데, 제1계명으로 삼기에 부족함이 없다.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외압에 흔들림 없이 상대방 혹은 세상에 감동을 준다면, 돈은 그를 자신의 부름에 쓰일 수 있는 그릇이라 여길 것이다. 반대로 사소한 것에 탐욕, 노여움, 어리석음을 부린다면 돈은 그 사람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돈의 부름을 받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돈은 신과 비슷할 뿐 똑같은 것은 아니라서 홀로 사랑을 베풀 수 없다. 돈이 사람을 부르는 것도 결국 사랑으로 베풀어지기 위한 것이다. 부름을 받았으나 사랑으로 베풀지 않는다면, 곧 돈은 그를 심판하고 떠날 것이다. 이것이 부자가 된 사람이 지켜야 할 제2계명이다.

 
도진수 청백 공동법률사무소 변호사



#경제#돈의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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