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이슈&뷰]탄소중립과 농업의 도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16일 01시 00분


지구온난화로 환경 달라져
‘적응’에 집중하던 농업 한계
온실가스 배출 적극 줄이고
저탄소-생태농업 속도내야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올해 지구촌 곳곳이 이상기후로 몸살을 앓았다. 동아시아에서 집중호우로 이재민이 속출했고, 미국 서부에서는 건조한 날씨로 산불이 연이어 발생했다. 그런가 하면 시베리아는 6월 중순 기온이 38도까지 치솟아 13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후변화는 생물의 서식 환경도 바꾸고 있다. 특히 환경변화에 민감한 농업 분야는 그 영향을 직접 받고 있다. 서늘한 곳을 좋아하는 배추는 생육 적정 온도가 20도 내외다. 김치 수요가 늘면서 여름철 배추 공급을 위해 고랭지 재배가 확대됐으나, 2000년대 초 1만 ha에 육박하던 재배면적이 2019년 4980ha로 급감했다. 지구온난화로 재배 환경이 바뀐 것이 면적 감소의 중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농촌진흥청은 한반도 평균기온이 1.5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2040년대에는 현재 사과 재배면적의 70%, 고랭지배추 재배면적의 90%가 재배 부적합 지역이 될 것으로 예측한다. 이미 농작물의 재배 적합 지역이 북상하고 있으며, 아열대기후 확산에 따라 외래 병해충 발생도 늘고 있다. 농업에서 기후변화 대응 노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지금까지 우리 농업은 기후가 변해도 생산 활동을 지속하는 ‘적응’에 집중해왔다. 이를 위해 35개 작물, 273개의 신품종을 개발하고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영농법을 개발해 생산성을 유지하면서 병충해와 재해를 예방하고 극복하는 데 중점을 뒀다.

그러나 기후변화를 넘어 ‘기후 위기’가 대두되는 지금, 근본적인 변화 없이 적응력을 높이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농식품의 생산-유통-소비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적극적으로 감축하고, 저탄소·생태농업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야 한다.

먼저, 온실가스 저감 활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공익직불제를 활용해 농업분야 온실가스 배출원인 비료와 농약 사용을 줄이고, 친환경 농자재·농기계 확산을 지원하는 등 탄소 저감의 유인 확대가 필요하다.

또 농촌 공간은 환경을 보전해 농촌다움을 유지하면서 온실가스 발생을 최소화하도록 개선해야 한다. 특히 무분별하게 들어선 공장과 축사를 이전해 집적화하고,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의 계획적인 보급과 에너지 이용 효율화를 통해 누구나 살고 싶은 농촌으로 바꿔 나가야 한다.

이와 함께 농식품 유통·소비과정도 온실가스 발생을 줄이는 방식으로 바꾸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지역 푸드플랜과 로컬푸드를 연계해 지역에서 생산되는 먹거리가 지역 내에서 먼저 소비될 수 있는 선순환 체계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지난달 28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2050년 탄소중립(Net-Zero)을 선언했다. 탄소의 실질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중립’은 우리 땅에서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먹거리를 확보하는 데 필연적인 과제다. 이제 환경과 공존하는 농업의 시대로 가야 한다.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탄소중립#농업#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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