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출신 방송인 사유리(후지타 사유리·41) 씨의 출산 소식이 화제다. 무엇보다 결혼 없이 정자 기증을 받아 아들을 낳았다는 점이 관심을 끌었다. 아기를 가슴에 안은 그는 “너무 행복해 꿈일까 봐 두렵다”고 말한다.
▷사유리는 한국에 유학 중이던 2007년부터 많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한국인들에게 친숙해졌다. ‘언젠가는’ 아기를 갖기를 간절히 원해 방송 중에 “난자를 여러 개 얼려놓았다”고 고백했을 정도. 하지만 지난해 병원에서 시험관 시술조차 쉽지 않다는 진단을 받고는 더 늦기 전에 엄마가 되기로 했다. 아이를 낳기 위해 급히 배우자를 찾기보다는 혼자 엄마가 되는 ‘자발적 비혼모(Single Mother by Choice)’의 길을 택했다. 자발적 비혼모는 결혼은 하지 않고 애인 또는 정자은행을 통해 아이만 낳아 기르는 경우를 지칭한다. 미혼모에 비해 여성 본인의 선택과 의지가 강조된다.
▷한국인들의 반응은 ‘멋지다’거나 ‘용기 있다’는 축하와 격려가 많았다. 아빠 없이 자라날 아이의 처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충분히 헤쳐 나갈 것이란 응원이 압도적이다. 정치권에서도 축하인사가 답지했다.
▷국내에도 ‘결혼은 싫지만 아이는 갖고 싶은’ 사람은 적지 않지만 실행에 옮기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사유리가 굳이 활동무대인 한국을 떠나 일본에서 출산한 이유는 한국에서는 이 모든 과정이 불법이기 때문이다. 우리 생명윤리법은 여성이 임신하기 위해 정자를 기증받으려면 법적 남편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시험관 시술 등 난임 지원도 받을 수 없다. 결혼이란 절차를 거쳐 제도 안으로 진입해야만 임신 출산에 대해 합법적 지원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진보정당인 정의당은 ‘비혼 출산 합법화’를 꺼내들었다. 경제학자 우석훈에 따르면 제도권 가정에서 태어난 자녀 대비 그렇지 않은 자녀의 비율인 혼외출산율은 한국이 1.9%로 세계 최저권인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40%라고 한다. 혼외출산율이 높은 나라일수록 전체 출산율도 높다. ‘정상적’이란 고정관념에 갇혀버린 결혼과 출산에 대한 강박이 아기들이 태어나고 성장할 기회를 막고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3일 새벽 서울 관악구에서 베이비박스 앞에 버려져 밤새 방치됐던 갓난아기가 숨이 끊어진 채 발견됐다는 가슴 아픈 뉴스가 있었다. 중고물품 거래사이트에 갓난아기를 올린 미혼모 뉴스도 기억에 새롭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2년째 0명대(지난해 0.92명)로 곤두박질치고 있는 현실은 여전하다. 어떤 처지와 조건이건 어려움 없이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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