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먼 ‘탈트럼프’ 시대[오늘과 내일/장택동]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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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공화당, 트럼프 대체할 인물 없어
바이든 정부 정책에도 영향 미칠 듯

장택동 국제부장
장택동 국제부장
미국 대선이 끝나고 당락이 결정된 지 열흘이 지났다. 여느 때 같으면 당선인의 비전과 정책, 동정이 주요 외신의 뉴스를 채워야 할 시기이지만 올해는 다르다. 조 바이든 당선인 못지않게 낙선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관련 기사가 많이 생산되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의 현직 대통령으로서의 통치행위에 대한 것보다는 대선 불복 또는 향후 행보에 관한 소식이 대부분이다.

대선 불복은 오래 이어질 사안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하려면 현재 보유한 232명의 선거인단에서 38명 이상을 더 확보해야 하는데 소송, 재검표를 통해 3개 이상의 경합주에서 결과를 뒤집어야 한다. 표 차가 가장 적은 애리조나주도 1만 표 이상 차가 나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이 낮다. 복잡한 미국의 선거제도 때문에 선거인단을 최종 확정하는 과정에서도 크고 작은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대세를 뒤집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의 향후 행보에 대한 뉴스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지속될 것 같다. 그가 자발적으로 정치권을 떠날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가 계속 정치를 한다면 2024년 대선 출마를 목표로 할 것이고 이미 상당 부분 준비가 돼 있다고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측근들에게 2024년 대선 재도전 의사를 밝혔으며, 조만간 공식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공화당 전국위원회 위원장의 연임을 지지한다고 밝힌 것, 정치자금 모금단체(PAC)를 설립한 것 등은 공화당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전략으로 분석되고 있다. 대선에 다시 도전하기 위해 우선 ‘야당 지도자’가 되겠다는 것이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의 앞에 꽃길만 놓여 있는 것은 아니다. 정치인들은 흔히 ‘정치는 움직이는 생물’이라고 하는데, 이전 선거에서 많은 표를 얻었던 정치인이 다음 선거에 도전했다가 초라한 성적을 거둔 사례가 적지 않다. 시간이 흐르면서 민심과 선거 구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재선 연임에 실패한 대통령이 다시 도전해 성공한 사례는 19세기에 한 번 있었을 뿐이다. 통상 정치인들은 ‘전직’이 되는 순간 영향력과 인기가 크게 떨어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적어도 당분간 미 공화당에서 트럼프를 대체할 인물을 찾기는 어렵다는 게 중평이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을 장악한 수준을 넘어 공화당의 유일한 얼굴”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대선에서 그는 7300만 표가 넘는 표를 얻었는데 이는 바이든 당선인이 이번 대선에서 얻은 표(약 7880만 표)를 제외하면 역대 대선 최다 득표다. 그만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팬덤은 강력하고, ‘트럼피즘’이란 용어가 고착화될 만큼 탄탄한 브랜드 파워를 갖추고 있다. 이 때문에 민심에 민감한 공화당 정치인들은 트럼프에게 반기를 들기 어렵다.

미국 상원은 공화당이 다수당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공화당이 상원에서 바이든 당선인의 정책과 인사에 제동을 건다면 바이든 당선인은 운신의 폭이 크게 좁아진다. 이는 미국 국내 정책뿐 아니라 외교안보, 무역 등 세계 각국과 연관된 정책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해외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움직임을 계속 주시하는 주요한 이유다.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의 ‘반(反)트럼프’ 전략은 성공했지만, ‘탈(脫)트럼프’ 시대가 오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릴 것 같다.

장택동 국제부장 will71@donga.com
#탈트럼프#시대#공화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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