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공공기관위원회가 그제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을 국회에 건의하기로 합의했다. 근로자 대표가 추천한 인사를 이사회에 참여시키도록 하는 노동이사제 도입은 노동계의 요구이자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더불어민주당의 관련 법안들이 국회에 발의돼 있어 연내라도 도입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한국전력, IBK기업은행의 노동이사제 도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전망이 나온다.
여당 법안은 노동이사제의 모델인 독일에도 없는 상임 노동이사를 두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근로자가 경영에 참여함으로써 공공기관의 투명성이 높아지고 부실도 막을 수 있다는 게 노동계의 주장이다. 하지만 강성 노조의 입김이 더욱 세져 공공의 이익 대신 직원의 복리후생 같은 사적(私的) 이익만 강화될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공기업과 일반 기업 간 양극화가 심화할 수밖에 없다.
노동이사제와 한 짝으로 논의되던 직무급제 전환 등 임금체계 개편은 거의 진전이 없다. “객관적 직무가치가 임금에 반영되는 임금체계 개편을 위해 노력한다”고 위원회가 합의하긴 했지만 기관별 노사 합의를 통해 자율적·단계적으로 추진하도록 했으며 기한도 없다. 노동이사제 도입이란 이익을 노조에 줄 경우 반대급부로 당연히 얻어내야 할 임금체계 개편에선 강제할 수단조차 없는 공수표만 받은 셈이다. 현 정부와 여권은 노동계의 ‘촛불 청구서’를 챙겨 주느라 노사 문제에서 극심한 편향성을 보여 왔다. 임금유연성 제고 같은 최소한의 전제조건 없이 노조에 경영 참여 길까지 열어 주니 노동계 편드느라 공공기관 방만 경영을 부추긴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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