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중국의 환추시보가 중국이 표준화한 김치 제조법이 국제표준화기구(ISO) 인가를 받았다고 보도하면서 “중국의 김치 산업이 국제 김치시장의 기준이 됐다”고 주장했다. “김치 종주국인 한국은 굴욕을 당했다”라고도 했다.
정색하고 대응하기 민망할 정도로 황당한 주장이다. 한국의 김치는 이미 2001년부터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보건기구(WHO)가 공동으로 세운 국제기구 ‘코덱스’에 세계 규격으로 올라 있다. 민간기구인 ISO의 표준은 국제 상품·서비스 거래를 원활히 하기 위한 기준일 뿐 ‘국제 표준’이 아니다. 이번에 인가받은 품목명도 김치(kimchi)가 아니라 쓰촨 지역의 염장 야채식품을 부르는 파오차이(泡菜·paocai)여서 과민 반응할 필요는 없다. 런민일보의 자매지인 환추시보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찬성하는 한국인에게 “김치를 먹어서 멍청해졌나”라고 망언한 대중매체인데 이번엔 중국이 김치 표준을 세웠다고 좋아한다.
한국인의 자존심을 자극하는 중국 측 언행이 최근 잦아지고 분야도 정치·경제에서 문화·생활 쪽으로 번지고 있다. 중국의 옷 갈아입기 인터넷 게임 업체는 ‘한복(韓服)은 중국 명나라와 소수민족의 의상’이라고 주장한 중국 누리꾼에게 우리 누리꾼들이 항의하자 중국에 대한 모욕이라며 한국 서비스를 중단해 버렸다. 한미 우호 증진에 기여한 공로로 밴플리트상을 받은 방탄소년단이 “한미 양국이 함께 겪었던 고난의 역사”를 언급하자 중국 누리꾼들이 “중국을 무시한 처사”라며 공격하고 중국 정부는 이를 거드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중국이 우긴다고 김치가 갑자기 중국 음식이 되는 건 아니다. 그렇다 해도 ‘K푸드’의 대표 격인 김치의 성가를 높이기 위한 민관의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 경각심을 잃으면 중국 측 페이스에 언제든 말려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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