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바뀐 줄 모르고 딴소리만 하는 외교안보 장관들
매운 순두부도 마다않던 프로 외교관 감당할 수 있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첫 국무장관 후보자인 토니 블링컨 하면 유독 한 컷의 사진이 떠오른다. 2016년 국무부 부장관 시절 방한했을 때 한 식당에서 ‘빨간 순두부’를 먹는 장면이다. 보기만 해도 매운 순두부를 왼손으로 뜨며 웃고 있었다. 유대계 집안에서 태어난 블링컨은 일 때문에 한국의 ‘지정학적 특성’은 잘 알았어도 한국 문화는 잘 몰랐다고 한다. 그런데 한국 사람도 매워할 음식을 한국에 왔다고 태연하게 먹었다. 크리스토퍼 힐, 캐슬린 스티븐스 같은 전임 주한 미대사들도 이곳에서 순두부를 먹었지만 이들은 한국에서 몇 년씩 산 사람들이었다. 한국 음식에 대한 적응도가 같을 리 없다.
필자는 이 사진을 보면서 블링컨이 온화한 인상과는 달리 독종 외교관이라는 걸 느꼈다. 블링컨이 순두부 먹고 사진까지 찍힌 게 단지 ‘K푸드’를 너무 사랑해서였겠나. 자국 이익을 위해서라면 낯선 음식을 먹는 장면을 연출할 수도, 거꾸로 밥상을 뒤엎을 수도 있는 게 국제 외교 무대의 생리다. 실제로 블링컨이 대선 과정에서 밝힌 것만 봐도 우리 정부가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문재인 정부가 요구했던 대북제재 완화와 관련해 지난해 9월 CBS 인터뷰에서 “북한을 쥐어짜 협상 테이블로 나올 수 있도록 진정한 경제 압박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종전선언 등 문 대통령의 ‘대북 위시 리스트’와도 상충되는 말이다. 한미동맹을 돈으로 바꾸려 했던 트럼프와 대척점에 있다고 해서 블링컨에게 순두부 먹을 때의 낭만이나 선의(善意)만 기대하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블링컨을 전면에 내세운 바이든 외교팀을 상대하는 우리 진영 대표 선수들은 서훈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 이인영 통일부 장관 등이다. 눈치가 비교적 빠른 서 실장은 그렇다 치자. 강경화-이인영 2인조의 최근 언행을 보면 과연 이들이 블링컨 같은 프로페셔널들을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 가려서 그렇지, 이인영 장관의 최근 발언은 그에 못지않게 심각하다. 지난달 23일 연평도 포격 사건 10주년 날에 삼성 등 재계 인사들을 호텔로 불러 “남북 경협 문제는 예상보다 좀 더 빠르게 시작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가 국무부가 “모든 유엔 회원국은 안보리 제재 결의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고 사실상 반박하는 일이 벌어졌다. 국무부는 이미 바이든 새 행정부에 레이더를 맞추고 있다. 이 장관이 국회의원 신분이라면 전대협 의장 시절의 추억에 젖어 우리 민족끼리를 외쳐도 상관할 게 아니지만 장관으로서 국무부에 대놓고 한방 먹은 건 그냥 지나칠 일이 아니다.
강 장관은 요새 자신의 리더십 한계를 공개적으로 호소하고 있다. 지난달 한 포럼에선 “외교부 장관이라는 막중한 자리에서 기를 쓰고 있지만 간혹 ‘여성이기 때문에 이런 건가’ 하는 걸 느낄 때가 있다”고 했다. 수년째 ‘패싱 논란’을 겪는 강 장관의 심리를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현직 외교 수장이 공공연히 신세 한탄하고 다니는 모습을 주변국들이 도대체 어떻게 보겠나.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에게 이들 상황을 전했더니 “그만 좀 투덜대라(stop whining)”는, 필자가 듣기에도 민망한 반응을 접할 수 있었다. 하지만 국무부, 백악관에 새로 들어설 사람들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 같다. 과연 문 대통령은 ‘강경화-이인영’ 2인조를 이대로 둔 채 바이든 시대를 맞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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