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K리그2(2부) 안산 그리너스FC는 지난달 11일 시즌 마지막 경기를 치렀다. 여느 구단 사무국이라면 요즘은 달콤한 휴식을 가질 시기.
안산은 예외인 것 같다. 지난달 25일 오후 이 구단 사무실. 이제영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총괄과 신전호 사원, 전진영 사원은 익숙하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료진용 방역복을 입었다. 라텍스 장갑에 눈 보호 글라스까지 ‘풀 장착’을 한 3명은 구단 차량을 이용해 안산시 상록구의 한 유치원으로 향했다. 유치원 구석구석을 다니며 꼼꼼히 방역 작업을 한 이들은 선물까지 전달한 뒤 사무실로 돌아왔다.
올 시즌 안산은 최하위권에 머물다 10개 팀 가운데 7위로 마쳤다. 봉사 활동 같은 건 나중에 하고 팀 성적 향상에 집중하라는 얘기가 나올 법하지만 이들은 방역 활동을 줄이거나 그만둘 생각은 조금도 없는 듯했다.
이 총괄, 신 사원, 전 사원을 안산 시민들은 ‘방역소년단’으로 부른다. ‘방역소년단’ 3명은 기온이 뚝 떨어진 요즘도 땀띠로 고생하고 있다. 3월부터 거의 매일 방역복을 입은 채 땀을 흘렸기 때문이다. 몸무게도 많이 줄었다. 이 총괄은 “코로나19 확산 초반에는 우리가 방역복을 입고 차에서 내리면 길에서 마주치는 분들이 화들짝 놀라며 피하셨다. 방역을 한 장소는 확진자가 왔다간 곳이라는 오해 때문에 거절도 많이 당했다. 이제는 다르다”며 “세계적인 K팝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에 빗대 우리를 불러 주시는 게 영광”이라며 웃었다.
K리그2 가운데서도 저예산 구단이지만 안산은 지역의 취약계층, 어린이, 다문화 가정 등을 위한 봉사 활동에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K리그 사랑나눔상을 2017, 2018년에 이어 올해에도 받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2013년 이 상을 제정한 뒤 2회 이상 수상한 구단은 안산이 유일하다. 프로스포츠 구단으로는 처음으로 4개 기업을 사회공헌 스폰서로 유치하기도 했다. 구단에 따르면 올해 사회공헌 활동은 137회에 달하고, 대상자는 3만 명에 육박한다.
한국과 일본에서 축구 선수로도 뛰었던 이 총괄은 일본프로축구 J2(2부) 방포레 고후 구단에서 인턴십을 하며 구단과 지역 사회의 진정성 있는 소통 방식을 경험했다고 했다. 당시 구단 회장에게서 ‘구두 밑창이 전부 닳을 정도로 주민을 만나라. 그것이 정답’이라는 말을 듣고 365일 시민과 팬들에게 다가서자는 원칙을 실천하고 있다는 게 그의 얘기다. 형식적인 일회성 홍보 이벤트로 여겨졌던 ‘방역소년단’은 이제 어엿한 지역 명물이 됐다. 어느새 ‘아미(ARMY·방탄소년단 팬클럽)’ 같은 팬들도 생기고 있다. 프로스포츠에서 성적이 꼭 전부는 아님을 안산이 보여주고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