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발의됐다. 가덕도에 신공항이 생긴다면 그 공항은 여러모로 일본 간사이공항을 연상시킬 것이다. 수도권 공항에 버금가는 공항이라는 점이나 강가 아닌 바닷가에 위치한다는 점 때문이다. 일본 열도는 중앙에 있는 대형 호수(비와 호수·Lake Biwa)를 두고 동서가 간토(關東)와 간사이(關西)로 나뉜다. 간토의 대장 격은 도쿄와 요코하마이고, 간사이의 대장 격은 오사카와 고베다. 간사이는 수도권 간토에 필적할 국제공항이 필요했다.
간사이공항은 30년 전에 10조 원(약 1조 엔)을 들여 지었다. 육지에서 5km 떨어진 바다 위에 인공 섬을 만들고 그 위에 지었다. 1988년 이탈리아 건축가 렌초 피아노가 선임됐다. 공항 형태는 중앙은 두툼하고 양 끝은 길고 얇다. 공항 지붕은 전진하는 파도 같기도 하고, 하늘을 나는 새 같기도 하고, 배에서 이륙하려는 비행기 같기도 하다.
디자인 초기에 피아노는 현장을 방문해 영감을 받으려 했다. 건축 용지가 들려주는 속삭임을 듣고자 오사카를 찾았으나 담당자는 피아노를 보트에 태워 바다로 나갔다. 피아노가 “대지는 어디 있죠?”라고 물으니, 담당자는 바다 한가운데 보트를 세우고, 물을 가리키며 “여기입니다”라고 했다. 건축가는 어안이 벙벙했다.
간사이공항은 외해(外海)가 아닌 내해(內海) 한가운데에 인공 콘크리트 섬을 만들고 그 위에 세운 공항이다. 파도와 지진과 태풍과 해일을 생각하면 쉽지 않은 공사다. 얕은 바다 지반은 개흙과 같은 연약한 진흙 지반이라, 공항과 같은 대형 구조물 바닥으로는 무리다. 모래로 진흙을 바꿨는데 그 양은 무려 4억 m³로 파나마 운하의 두 배였다. 간사이공항 수혜를 볼 도시 지자체들이 앞다투어 산을 깎아 모래를 보급했다. 공항은 1994년 1차 준공했다. 공항은 1995년 고베 지진과 1998년 태풍에 끄떡없었을 뿐만 아니라 구호물자 보급 플랫폼으로 사용됐다.
간사이공항의 핵심 관전 포인트는 1.7km 길이를 덮는 지붕 구조다. 지붕은 파도치는 아치 모양이지만, 날개 끝으로 갈수록 천장고가 낮아져 엄밀히 말하면, 앞뒤로도 휘고 양옆으로도 휘는 이중 곡면이다.
기둥과 보는 공룡 뼈대처럼 희고 얇게 디자인했고, 이를 감싸며 덮는 은색 스테인리스 스틸 패널을 사용했다. 지붕 아래의 유리벽은 처마 끝에 깊이 집어넣어 그림자가 지도록 했다. 표면을 짙게 처리하여 음영을 극대화했다. 그 덕에 세상에서 가장 긴 이 건물은 땅에 뿌리 내린 무거운 요새처럼 보이기보다는 바람을 타고 나는 양탄자처럼 보인다.
건축가 피아노가 온 신경을 쏟은 것은 구조 부재들이 서로 만날 때다. 간사이공항의 구조 부재들은 우리나라 윷처럼 중앙에서 부풀고, 양 끝으로 갈수록 모아진다. 간사이공항의 남다른 탱탱함과 팽팽함은 거기서 비롯한다. 우리가 잊은 부석사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의 고식(古式) 지혜를 노장 건축가는 꿋꿋이 이어왔다.
공항은 한 나라의 대문으로 그것이 손님에게 남기는 첫인상은 강렬하고 오래간다. 간사이공항은 이 점에서 성공했다. 바다 위에 세운 공항은 지진과 태풍과 파도를 이기고자 하는 인간의 의지를 보여 주고, 공항의 지붕은 작은 디테일에서부터 오롯이 빛나는 장인정신을 깨운다. 오사카 간사이공항은 도쿄 나리타공항을 디자인으로 능가한다.
앞으로 우리가 신공항을 짓는다면 간사이공항에서 세 가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첫째, 간사이공항의 공사비 10조 원은 30년 전 예산이다. 둘째, 간사이공항은 외해가 아니라 내해에 지었고, 자연 섬이 아니라 인공 섬에 지었다. 셋째, 공항 건축은 국가의 대문이다. 따라서 거대한 이미지만큼 섬세한 디테일이 중요하다. 지을 거라면 제대로 지어 간사이공항을 능가하는 신화를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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