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코브 할그렌 주한 스웨덴대사는 건축가 아내와의 사이에 3명의 자녀가 있다. 2주 전 그는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과의 좌담회에서 육아를 위해 휴직을 세 번 했다고 말했다. 아이마다 7개월씩 모두 21개월간이다. 할그렌 대사는 이때를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였다”고 했다. 첫째가 18세, 막내는 15세가 됐는데 당시 아이들과 보낸 시간과 그 친밀감을 대체할 수 있는 건 없다고 한다. 그는 세 번의 육아휴직을 쓴 뒤로도 주제네바 대사관, 외무부 안보정책국,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등에서 일했다. SIPRI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싱크탱크다.
스웨덴 남성들의 육아휴직 사용률이 높은 건 많이 알려진 얘기다. 세계 최초로 남성 육아휴직제도를 도입(1974년)한 나라가 스웨덴이다. 한 손엔 커피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 유모차를 밀고 가는 이른바 ‘라테파파’의 상징이 스웨덴 남자들이다. 스웨덴은 자녀 1명당 480일의 유급 육아휴직을 법으로 보장한다. 부모가 적절히 나눠 쓰면 되는데 이 중 90일은 아빠 몫으로 지정돼 있다. 아빠가 90일을 다 사용하지 않아도 나머지를 엄마가 쓸 수 없다. 최소 90일은 무조건 아빠가 쓴다고 보는 일종의 쿼터제다. 안 쓰면 손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어 놨다.
한국은 법정 육아휴직 기간이 얼마나 될까. 만 8세 이하나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를 둔 근로자는 자녀 1명당 1년까지 쓸 수 있다. 부모를 합쳐 2년(104주·730일)으로 스웨덴보다 더 길다. 노르웨이는 최대 56주간, 캐나다는 35주다. 우리나라는 육아휴직 참여를 늘리기 위해 ‘아빠 육아휴직 보너스’ 제도를 2014년 도입했다. 같은 자녀에 대해 부모 모두 육아휴직을 하면 두 번째 사용자(대개 아빠)에겐 첫 3개월간 통상임금의 100%를 주는 것이다. 올 2월부터는 한 자녀를 위한 부모 동시 휴직도 가능해졌다.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육아휴직자는 10만5165명이다. 이 중 남성이 2만2297명(21.2%)이다. 2016년(8.5%)보다는 꽤 늘었지만 스웨덴의 반에도 못 미치는 비율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보면 스웨덴은 2016년에 남성 육아휴직자가 전체의 45.3%로 절반에 가깝다.
2년 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임신·출산·육아휴직 차별 실태를 조사해 내놓은 적이 있다. 임신·출산 경험이 있는 근로자나 배우자 800명을 조사했다. 육아휴직을 사용한 적이 있다고 한 159명 중 111명(69.8%)이 부서 배치와 승진에서 차별을 당했다고 했다. 평가에서 차별을 받았다는 응답자도 113명(71.1%) 있었다. 특히 남성의 경우 차별의 형태로 ‘인간적인 무시나 모욕을 당했다’는 응답이 15.4%로 여성의 1.1%에 비해 높았다. 제도가 웬만큼 잘 갖춰져 있는데도 육아휴직을 쓰기 힘든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작년 스웨덴을 방문했을 때 “한국은 아직 육아휴직을 쓰면 출세를 포기한 남자라 할 만큼 두려움이 있다. 한국 남자들도 용감하게 휴직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육아휴직 중인 스웨덴 남성들과 간담회 자리에서다. 제도적 지원도 중요하다. 하지만 용감하지 못해도 휴직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를 만드는 노력이 더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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