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식탁[스스무의 오 나의 키친]〈84〉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7일 03시 00분


요나구니 스스무 일본 출신·‘오 키친’ 셰프
요나구니 스스무 일본 출신·‘오 키친’ 셰프
미국 뉴욕에서 20년 이상 지낸 시간을 돌이켜보면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은 그들만의 발자국을 남겼지만 버락 오바마나 도널드 트럼프를 능가할 정도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정치적인 부분은 잠시 내려두고 그들이 선호하는 음식을 떠올려봤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해 아베 신조 총리와 점심을 먹을 때 그는 햄버거를 주문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과거 방문 때 생선회를 절대 먹을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에게 세균혐오증이 있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반면에 오바마 대통령은 초밥을 좋아했다. 국보처럼 불리는 스키야바시 지로의 스시를 맛보고 기뻐했다.

뉴욕 육군사관학교(NYMA) 생도의 담당교관과 트럼프의 아버지는 “인생은 전투다. 정글의 법칙이 지배한다”는 생활 철학을 심어줬다. 이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만이 유일한 것이라는 사고방식이다. 그는 맥도널드를 너무 좋아해서 백악관 주방장에게 맥도널드에서 파는 음식들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피자는 반죽 없이 그냥 윗부분만 먹고, 스테이크는 거의 탄 정도의 굽기에 케첩을 뿌려 먹는다. 그의 플로리다 별장 집사는 스테이크를 ‘돌덩이’라고 불렀다. 동생이 알코올 남용으로 죽었던 영향인지 그는 금주를 했지만 하루에 다이어트콜라 12캔을 물 대신 마신다. 옆에서 시중을 들던 비서는 단 한 번도 그가 과일 먹는 것을 본 일이 없다고 했다. CBS방송에 게스트로 나온 존 볼턴의 말에 따르면 백악관 집무실에서 일하는 것보다 침대 옆에 레이스 감자 칩과 도리토스를 두고 먹으면서 폭스뉴스를 7시간 이상 시청하는 것을 즐겼다고 한다.

버락 오바마는 육체적으로 가장 건강한 대통령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는 트레드밀(러닝머신) 달리기와 근력운동을 하루에 45분씩 주 6회 한다. 부인 미셸 오바마를 따라 균형 잡힌 식사를 즐겼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채소는 브로콜리이고 음식은 ‘칠리 콘 카르니’다. 오바마의 칠리 레시피는 그들의 고향인 시카고에서 친구들을 초대하여 즐기던 시간으로 거슬러 간다. 매일 먹고 싶은 음식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한다면 ‘멕시코 음식’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퍼스트레이디 미셸의 업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것은 2009년 백악관 가든에 직접 키워 먹을 수 있는 텃밭을 만든 것이었다. 미국 어린이 비만율을 줄이기 위해 건강한 급식정책을 세우기도 했다.

오바마의 어머니가 아들에게 대통령직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조언한 것은 세 가지다. ‘친절하고 불행한 사람들을 배려하라. 평화 유지자가 되어라. 희망을 주는 사람이 되어라.’ 미국 우선주의와 백인 우월주의를 앞세우는 사람들도 여전히 많지만 자유, 평등과 공정을 추구했던 링컨 대통령의 미국적인 실험에 전 세계인은 감동했다. 하지만 요즘 현실은 그 거리를 좁히기보다는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요나구니 스스무 일본 출신·‘오 키친’ 셰프



#대통령#오바마#트럼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